예절의 근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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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의 근본정신
  • 관리자
  • 승인 2010.11.1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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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學 洪 景 燮

예절이란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한 인간들의 약속이며, 그 밑바탕이 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존중’이라는 근본정신이다. 이것은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공통(共通)된 대원칙이다.

인간은 귀한 존재이다. 물론 인간만이 아니라 세상의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모두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의미를 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 가운데에서도 우리 인간은 특히 가장 귀한 존재이다. 인간은 그 어느 것도 지니지 못한 것, 즉 양심과 이성(理性)을 지녔기 때문이다.

모든 예의범절의 근본정신은 이 존귀한 존재에 대한 깊은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 나온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인격존중(人格尊重)’이라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예절의 근본정신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본다면 예의범절이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이 그렇게 여겨왔듯이 ‘인격완성(人格完成)의 수단’이요, 동시에 원만한 인간관계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예절이건 규칙(規則)이건 혹은 법률(法律)이건 간에 인간존중이라는 근본정신에는 큰 차이가 없다. 단지 예절은 무엇보다도 더욱 인격의 자율성에 의지한다는 점에서 다른 것들과 구분된다. 우리는 그런 고귀(高貴)한 정신이 바탕에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예절을 그저 귀찮은 것이니, 형식적인 것이니 하면서 쉽게 넘겨버리는 수가 많다. 지금 당장 이 순간은 예절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절을 지키며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운 일이며, 그 이유는 인간이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이루고 더불어 살아나가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 자기 삶을 의미 있게 살아보고자 노력하며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하나의 인격체(人格體)로서 대접받기를 원한다. 내가 남의 인생을 무시하고 나만 홀로 인격을 존중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내가 대접받기 위해서는 먼저 그만큼 정성(精誠)을 다해 상대방을 대접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대접할 것인가.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늘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서로가 예절을 지키는 일이다. 예절을 지킴으로써 비로소 내가 남의 인격을 존중해 줄 수 있고, 덩달아 내 인격도 존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으로 불리어 왔다. 지금부터 약 2천3백 년 전에 공자(孔子)의 7세손(世孫)인 공빈(孔斌)이라는 이가 우리나라에 관해 쓴 『동이열전(東夷列傳)』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먼 옛날부터 동쪽에 나라가 있는데 이를 동이(東夷)라고 한다. 그 나라에 단군(檀君)이라는 훌륭한 이가 태어나니 아홉 개 부족 구이(九夷)가 그를 받들어 임금으로 모셨다. 그 나라는 비록 크지만 남의 나라를 업신여기지 않았고, 그 나라의 군대는 비록 강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 풍속(風俗)이 부드럽고 도타워 길을 가는 이들이 서로 양보하고, 음식을 먹는 이들이 먹을 것을 미루며, 남자와 여자가 따로 거처하니, 이 나라야말로 동쪽에 있는 예의바른 군자의 나라(東方禮儀君子之國)가 아니겠는가? 이런 까닭으로 나의 할아버지 공자께서, ‘그 나라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시면서 ‘누추하지 않은 곳이다.’고 말씀하셨다.”

우리의 선조들은 이러한 칭송을 긍지로 삼고 살아왔다. 매사에 동방예의지국의 백성답게 올바르게 살고자 했으며, 그 전통을 길이 남기려고 노력하였다. 따라서 예의범절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에 무엇보다도 중점을 두었다.

예절은 문화의 한 부분이라고 하였다. 따라서 예절을 잘 지키는 전통은 바로 우리 고유의 문화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美風良俗) 예절문화(禮節文化)에 무한한 긍지를 갖고 지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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