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상태바
필리핀
  • 홍정덕
  • 승인 2013.11.29 1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한북대 평생교육원 교무부장


이 섬나라가 필리핀이라는 국명을 가지게 된 것은 식민지 확보를 위해 태평양 일대를 탐험하던 마젤란이 이 섬에서 원주민들에게 살해당한 후 이 섬을 식민지로 확보한 스페인이 당시 국왕이었던 필리페의 이름을 이 섬에 붙여 ‘필리페의 땅’이라는 뜻으로 명명한데서 시작됐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 나라가 우리에게 ‘여송(呂松)’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는데, ‘여송’은 필리핀의 가장 큰 섬인 ‘루손’의 중국 발음으로 ‘엽권련(葉卷煙)’ 즉 시가(cigar)가 ‘여송연(呂宋煙)’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보급되면서 비롯된다.

1945년 해방 이후에는 우리나라를 미국, 영국 다음으로 신속히 승인하고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받는 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1949년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하여 신생 대한민국의 출발에 큰 힘이 됐다.

1950년 ‘한국동란’이 발발하자 즉각 군대를 파병해 자유와 국권 수호에 피흘려 이바지하기도 했다. 필리핀군은 당시에 ‘비율빈군’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알려졌고, 그 용맹함으로 인해 많은 희생을 감수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선진국으로 그 당시 우리나라 발전의 롤모델이었던 필리핀이 우리나라보다 뒤처지게 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한국이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거듭하고 1980년대에는 민주화에도 성공해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고 있던데 반해 당시 필리핀은 마르코스의 독재에 따른 국력 낭비와 부정부패, 이슬람 반군 및 공산당 세력의 무장 봉기에 따르는 사회 혼란, 수빅만 미군 주둔지의 일본 이전에 따르는 엄청난 수입 감소, 실패를 거듭하는 경제정책 등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역전된 것은 물론 그 격차가 현격히 벌어지고 말았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초과한 한국과는 달리 현재 필리핀의 국민소득은 아직도 2000달라러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그 필리핀이 혹심한 자연 재해를 당했다. 사상 최대의 강력한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을 강습하여 무려 1만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입었다. 식량과 담요 등 기초 생활품이 절실히 모자라고, 마을과 산업, 사회시설이 모두 파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가 침략을 당하였을 때 그 혹한(酷寒)의 타국을 구하기 위해 피 흘려 준 혈맹(血盟)의 나라, 말도 통하지 않는 이곳으로 시집와 묵묵히 농촌을 지키고 대(代)를 이어 준 며느리의 나라가 지금 아수라장의 폐허가 됐다.

받은 은혜를 잊고 은인의 위기를 모른체 하면 그것이 어찌 인간의 도리라 할까? 이제야 말로 온 국민이 힘을 모아 필리핀을 도움으로 받은 은혜를 갚을 때가 아닐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