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의 가면' 페르조나(Pers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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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의 가면' 페르조나(Persona)
  • 신명기
  • 승인 2013.11.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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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중국의 3대 전통 연극 중 변검이라는 신기한 가면술이 있다. 이는 중국 사천성에서만 계승되며, 눈 깜짝할 사이에 얼굴 가면이 바뀌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도 한다. 우리들도 이처럼 인생이란 연극 무대에서 많은 가면들을 지니고, 그때 그때 상황과 필요에 맞게 바꿔 쓰며 살아가고 있다.

원래는 고대 그리스에서 연극할 때 쓰던 '가면'에서 유래된 '페르조나'라는 용어를 스위스의 정신의학자이며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C. Jung(칼 구스타프 융)이 심리학적으로 개념화 한 것이다. 가면이라고 하면 다소 부정적으로 이해될 수 있어 의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설명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우리가 점잖은 레스토랑이나 음악회에 갈 때 운동복 차림보다는 정장이 어울리고 또한 운동시에는 정장보다는 간편한 운동복을 입고 하듯이 상황에 따라 옷을 입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자기 스스로 불편한 것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피해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적 표현 및 역할은 사회적 관계에서 필요한 수단이긴 하여도 본래 자기 자신의 진정한 내면세계는 아니며 이 둘의 조화와 균형이 성숙한 인격에 필요한 것이다.

즉 지나치게 외적인 페르조나 역할에만 치우치면 나중에 여러 가지 심리적인 후유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수십년 동안 어머니 역할에만 치중했던 주부는 우울증과 홧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직장에서의 역할에만 충실했던 가장들의 순간적인 일탈 행동 등도 진정으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무심했던 문제로 이해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적절한 외적 의복인 페르조나 못지 않게 자기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이 무엇이며 가치있는 삶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 자기의 내면적 관심과 인식, 그리고 적절한 계발과 발전을 추구해야 성숙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산다는 것은 천천히 태어나는 것이라고 했던 생떽쥐페리의 말을 되새기며 매 순간 내,외적인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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