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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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이 사는 길
  • 허 훈
  • 승인 2013.11.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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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훈 논설주간/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경기북부는 경기남부에 비해 모든 면에서 뒤쳐져 있다. 경기도가 경기남북부 비교통계를 작성하지 않는다고 해서 감추어질 일이 아니다.

수고를 다해 계산해보면, 2012년 말 경기도가 1238만 명인데 북부는 약 320만 명이고 경기남부는 918만 명이다(2.6 : 7.4). 소득측면의 대표적 지표인 GRDP(2010년기준)는 경기도 전체가 232조4287억1600만원인데 북부는 44조224억100만원 남부가 188조4063억1500만원(2 : 8규모)이다.

인구에 비해 지역소득이 더 열악하다는 의미이다. 이외에도 사업체수, 병원 공원, 도서관 및 박물관 수 등 삶의 질을 나타내는 대부분의 지표가 남부에 비해 열악하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 보면 북부가 남부에 오늘날처럼 뒤쳐져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경기도라는 명칭은 고려시대에 중국의 왕도 주변을 경현과 기현으로 나누어 통치한 것을 본받은 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고려가 지금의 개성부근에서 시작했으니, 경기북부가 사실은 경기도의 뿌리이다. 한반도 역사 전체를 통틀어 한강과 임진강지역은 한반도 패권의 중심지였다. 삼국시대 고구려가 연천 호로고루성을 쌓고, 포천에 상당산성을 쌓았으며, 아차산에 최남단에 요새를 만들었다.

통일신라를 만든 나당간의 매초성전투가 치루어진 곳 역시 양주대모산이다. 인구면에서도 1925년에는 경기도 북부에 경기도 총인구의 50.8%(80만7075명)가 경기도 남부에 49.2%(78만1774명)이 거주했었다. 한국전쟁 무렵인 1960년부터 경기북부인구가 40.0%(93만8992명)과 남부인구가 60%(143만8372명)로 역전된 것이다.

사람들은 경기북부가 왜 그렇게 남부에 비해 뒤지게 되었냐고 물으면 접경지역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접경지역이란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서로 다른 국가 혹은 지역 간에 경계를 이루는 지역을 말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사는 경기북부지역은 전쟁을 불사하는 집단과 맞닿아 있다. 자유롭게 왕래할 수도 없다. 이른바 폐쇄적 접경지역이다. 그 결과 군사시설이 모여들게 된다.

그러면 국가는 또 이 군사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는 것을 설정하고 지역개발도 재산권행사도 규제한다. 군사도시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은 것이 의정부시요, 포천시요, 양주시이다.

경기북부에는 3군 산하의 주요 군기지와 탄약고, 훈련장 등 군사시설이 두루 존재하고 있다. 연천 같은 곳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이 98%에 이르고, 포천에는 600만평의 한국군 최대인 승진사격장과 미군최대인 450만평의 영평사격장이 입지해있다.

미군의 주요 전투기지도 상당수가 경기북부의 토지를 공여받고 있다. 동두천은 전체면적의 49.2%를 미군이 사용한다. 군사시설 들은 삶을 구속할 뿐만아니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들 지역에 국가와 전 국민은 희생을 요구해 왔을 뿐이다.

경기북부가 발전되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수도권규제라는 것인데, 이게 참 모순이다. 군사시설보호구역규제로 지역개발규제를 한 것도 모자라 수도권이고 이미 발전했으니 대학도, 공장도 들어서면 안 된다 한다. 경기북부사람들은 안팎곱사등이 신세이다.

그러니 경기북부가 남부에 비해 현재 못살게 된 것을 북부주민들의 책임이라 하기 어렵다. 역사적이고 제도적인 원인이 가장 큰 것이다. 그러므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내ㆍ외부 모두 필요한 것이지, 당신들도 남들처럼 열심히 해라 하면 참 억울하다.

현 시점에서 접경지역 사람들을 위로할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인한 피해의 보상이다. 재원이 문제가 된다면, 사격장이나 훈련장, 탄약고, 비행장 등 위험과 소음,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군사시설만이라도 지원법을 만들어 지원해주었으면 한다.

둘째는 연천이나 포천 일부 등 낙후지역을 수도권에서 빼주는 것이다. 강화나 옹진 등의 낙후된 도서지역과 더불어서 말이다. 세상에,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인구증가를 막기 위해 규제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2013년 10월에 하는 이 주장은 이미 10년도 넘게 하고 있다. 위정자들이여 선거 때만 귀 기울이는 척하지 말고 지금 이곳을 보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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