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덧샘의 국가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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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덧샘의 국가로 가라
  • 허 훈
  • 승인 2013.09.0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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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후 본지 논설주간


일본은 자존심이 많이 상해 있다. 버블경제(1990년대)가 2000년대의 장기침체로 이어지는 동안 한국이 부상했고, 중국이 일본을 제쳤다. 두 나라가 부국을 바탕으로 군사력이 증강되자 일본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다.

때마침 동일본대지진과 겹쳐 일본인의 마음속에는 이대로 이류국가로 전락해버리고 만다는 공포감이 엄습해온다. 그러니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일본의 정신을 살리자는 이야기를 하는 정치가들의 망언에 일본인들 상당수가 열광한다.

총리를 지냈던 현 정권의 2인자 아소 다로가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 ‘나치처럼 아무도 모르게 헌법을 고쳐버리자’라고 한 것도 그렇다.

지난 8.15에 일본의 아베총리는 반성은 생략한 채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일본이 국제사회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역대 일본 총리들이 표명해 온 '가해와 반성'은 없이 ‘2차 대전은 침략이 아니다’(이시하라 신타로)라거나, ‘2차 대전 때 위안부제도 필요한 것이었다’(하시모토 도오루) 등의 망언을 우회지원한 꼴이다. 일본이 일으킨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는 세계인으로서는 정신 나갔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일본이 왜 저렇게 우경화되는 걸까? 우경화는 침략과 패배라는 역사 인식의 수정, 국가 상징의 강화, 강한 일본의 재건주장 등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냉전체제가 종결된 후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 이에 맞춘 국가 진로의 설정과 더불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던 물건이다. 그것이 요즈음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자는 데까지 전진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무렵 대정시대에 그 답이 있다고 가타야마 모리히데는 말한다. 그가 2012년에 쓴 ‘미완의 파시즘’라는 책에서이다. 1차 세계대전이 국민을 총동원하여 벌인 열강들 간의 첫 전쟁이고, 일본은 이 전쟁에서 부국강병의 큰 기회를 얻었다.

이때 일본은 전쟁특수를 누렸는데, 무기와 식량, 소비품을 팔아서 강국으로 떠올랐다. 이 전쟁을 보면서 일본은 국가의 존망에 국민들을 얼마나 잘 동원하고, 천황을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한가를 배웠다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의 우경화는 대중의 행동과 의식 변화를 의도적으로 추구하는 정부차원의 조직적 전개라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실제로 역사왜곡 교과서의 검정 통과나 '국기, 국가법' 제정(1999년), 헌법 개정 움직임 등으로 나타났다.

우경화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일까? 아베는 ‘아름다운나라’(그의 책)라고 하지만, 속내는 한•중 등 주변국의 부국강병에 지지 않고 전쟁도 불사하는 ’강한나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일본의 군사력 및 교전권을 포기토록 한 헌법 제9조 ‘전쟁의 포기’ 조항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 9조의 개정을 손쉽게 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회 2/3의 찬성이라는 개헌조건을 규정한 96조를 과반수 찬성으로 고쳐야 한다. 즉, 헌법 제96조를 수정하여 의회 과반동의로 1차 개헌을 한 뒤, 헌법 제9조를 고치려는 것이 아베의 계획이다. 아소 다로 전 총리가 총대를 메고 나치식으로 아무도 모르게 개헌을 하자고 발언하고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반대가 더 크다. 마이니치신문이 지난해 12월 26~27일 실시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평화헌법 개정을 반대하는 응답이 52%로 찬성 36%를 압도했다. 아사히신문의 여론조사에서도 헌법 9조 개정에 대해 반대가 53%로 찬성 32%를 큰 폭으로 앞섰다.

무라야마 전 총리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히구찌 요이치 동경대 명예교수가 이끄는 지식인 들의 ‘96조모임’ 등이 헌법개정을 반대한다. 일본인의 평균적 의식은 여전히 평화를 열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력에 의한 길을 버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경제를 일으켜 한국과 일본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애를 다져가는 편이 일본의 국익에도 더 좋다. 국민을 총동원하는 파시즘의 길을 버리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가야한다.

석학 J. 다이아몬드는 한국과 일본의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지리와 문화 등을 연구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일본 민족의 세 갈래 뿌리 중의 하나가 한국에서 왔고, 두 나라는 형제국가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두 나라가 손잡고 잘 살아라 이렇게 말이다. 다른 나라를 짓밟고 일어서는 뺄셈의 국가가 아니라, 더불어 잘사는 덧셈의 국가를 만들라. 아베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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