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지분 평생성흔(一朝之忿 平生成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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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조지분 평생성흔(一朝之忿 平生成釁)
  • 신명기
  • 승인 2013.04.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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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신명기 신경정신과의원 원장


일조지분 평생성흔(一朝之忿 平生成釁)
'잠깐의 화가 평생의 허물이 된다'라는 말이다. 얼마 전 층간 소음 다툼으로 윗 층에 방화를 하거나 살인을 한 경우가 보도됐다.

분노라는 감정은 위험상황에서 적절히 대응하게 하여 그 피해를 감소시키거나 극복하게 한다는 면에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능 중 하나지만 충동적이고 과다한 분노 표현은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정신의학적인 측면에서, 간헐적으로 생기는 공격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여 폭행, 폭언, 기물 파괴, 방화, 자해, 살인 등을 하는 경우를 '충동 조절 장애(Impulse Control Disorder)' 의 하나인 '간헐적 폭발성 장애(Intermittent Explosive Disorder)'라고 한다. 이들은 대개 평상시에는 충동적 공격성이 없으며 발작적 공격행동 직전에는 극심한 긴장 증가와 자율신경계의 흥분이 생긴다.

소위 '욱'하는 편이라는 사람들 중 일부가 이 장애에 해당되며 대개 남성이 여성보다 흔하고 주로 10대부터 20대 사이에 시작된다. 원인으로는 기분과 행동 그리고 학습을 관장하는 대뇌 변연계(limbic system)의 이상, 기분과 행동을 조정하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저하, 과다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의 분비, 출생 전후의 뇌 손상, 유아기 경련, 두부 외상 등이 있으며 심리적인 원인으로는 자기애(Narcissism)의 손상, 불안정한 성장 환경, 공격적인 부모의 동일시 등이 있다.

이러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게 되고 그러한 행동 뒤에는 후회와 자책을 한다는 점에서 반사회적 인격장애 와는 쉽게 구분되기도 한다. 치료로는 행동 결과에 초점을 맞추며 개인의 정신병리를 해결하는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그리고 행동 조절에 도움이 되는 리튬, 항경련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그리고 베타 차단제 등의 약물치료가 있다.

분노는 어리석음으로 시작하여 후회로 끝난다는 영국 속담이 있다. 간헐적이지만 충동적이고 과다한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전문 상담과 검사 그리고 치료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화가 나면 셋을 세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백을 세는 마음이 필요하다'라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기억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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