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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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 신지선
  • 승인 2012.06.1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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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선 논설위원

    

놀이공원에 갔다. 내가 앉아 있던 테이블 위에 음료수가 놓여 있었는데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아이가 옷을 걸쳐 입으면서 우리 테이블에 있는 음료수를 쏟았다. 그 아이는 쏟아지는 음료수와 내 눈을 번갈아 응시하면서도 옷을 천천히 입고서는 그냥 제자리에 앉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미안하다는 말이나 떨어진 음료수 잔을 주워주지 않았다. 결국은 그 아이에게 네가 떨어뜨린 음료수 잔을 주워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아이의 부모가 아이대신 나서서 음료수를 주워주며 별일 다 보겠다는 투로 언짢아한다. 끝내 아이의 입에서는 단 한마디의 사과도, 그 아이 부모가 따로 아이에게 당부하는 장면도 보이지 않았다.

즐거운 공간에서 오랜만에 가지는 가족과의 시간. 아이들의 즐거움에 부모들은 기꺼이 그들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꺼운 마음에서 시작한 일도 오후가 되면 슬슬 지치고 만사가 귀찮아지기도 할 것이다. 걷다가 옆 사람이나 앞 사람을 치거나 사람들의 신발을 밟아도, 유모차를 밀며 가다가 다른 사람의 발을 찧어도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눈을 마주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할 줄 모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비단 그날에만 있었던 일이 아닌 것 같다. 식당에서 아이들이 떠들고 뛰어다녀도, 길거리를 걷다가 부딪쳐도, 기타 사과를 해야 할 일을 하고서도 도통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하는 사람을 보거나 아이를 단속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아이들도 같은 상황에서 사과하는 경우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나아가 상대방의 배려에 대해 고마운 일이 있어도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경우도 자주 보지 못한 것 같다. 당연히 아이들의 입에서도 고맙다는 말이 익숙한 경우가 드물다.

아이를 혼내지 않거나 사과를 하도록 하는 일 따위가 아이의 기를 꺾는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상황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익숙한 것으로 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들의 당당한 태도를 교육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자칫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뻔뻔함이 될 수도 있으며 ‘배려’라는 가치를 놓치게 됨을 모르는 것 같다. 아무리 아이가 당당한 태도로 뛰어난 재주를 갖춘 성인으로 자란다 하더라도 이웃 없이 혼자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잊은 것이다.

사람은 상대의 존재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른 이와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해야 한다. 그 안에는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배려가 전제된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은 타인과의 관계를 원만히 만드는 열쇠와 같은 것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거나 익숙하지 않다고 핑계를 댈 요량인가? 의식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다 보면 습관이 되고 몸에 밴다. 그리고 그런 당신의 모습을 당신의 아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 아이는 당신의 지금 모습을 보고 배우고 있다.
@grace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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