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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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 신지선
  • 승인 2011.11.08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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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선 논설위원

얼마 전 신문에서 욕설을 하는 학생들은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하겠다는 기사를 봤다. 언어순화 노력이 필요하리라고 보지만, 성적에 반영되는 방법이 과연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인데 가정에서, 사회에서 접하게 되는 어른들의 변화 없이 의미가 있는 일인가 싶다.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종종 본다. 말이나 행동을 통해서는 오해를 할 만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과연 정말일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소위 표현에 있어 코드가 처음에는 맞지 않아 오해를 사는 일이 생기더라도 횟수가 반복된다면 그건 속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계를 형성해 가는 과정 속에서 스스로 고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상대방의 이해만을 요구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를 무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철학시간이었던 것 같다. 생각이 먼저일까, 말이 먼저일까 하는 질문을 받았다. 물론 생각이 먼저가 아니겠는가 하고 대부분이 그렇게 답을 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기 위해 내 머리 속에는 여러 가지 단어들이 나열된다. 가령 ‘친구와 밥을 먹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했다면 ‘친구’, ‘밥’, ‘먹는다’라는 단어들로 생각을 조합하게 된다. 추상적인 내용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령 ‘꽃을 사랑해’에서 ‘사랑’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라 개별적으로 각기 다른 이미지를 갖지만, 보통이 공유하는 일정한 개념이 존재하고 그것을 지칭하며 말을 하게 된다.

생각을 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혹은 상징을 통해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그 어느 것 하나 선후가 없다. 사람은 이미지를 익히고 말을 배우고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각과 말은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속어 등을 많이 사용하거나 극단적으로 말을 사용하는 사회가 지속되면 그 사회는 불안해질 것이다. 똑같은 식물에게도 한 편에서는 ‘좋아해, 사랑해, 예쁘다’를 반복하면 식물이 훨씬 더 잘 자라고, 비교군에서는 상대적으로 발육이 덜하다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을 것이다.

옛 스승이 말에 신중을 기하고 또 기했던 이유는 달리 있지 않다. 무심코 내뱉은 말은 은연 중의 내 생각을 담아내고 또 그 말은 다른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하고 내뱉기를 바란다. 하물며 제자를 길러내는 학교에서나 국가의 일을 한다는 관공서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더 고민하야 하지 않을까?

땅이름에 자료를 찾기 위해 많은 곳의 자료를 뒤지게 된다. 그런데 어느 관공서 홈페이지에 ‘한일합방’이라는 단어를 아무 고민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가뜩이나 일본 식민지시대에 행정통폐합을 위해 고유 지명의 뜻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도 짜증스러운데 버젓이 역사적 고민 없는 공식적 홈페이지에 사용된 이와 같은 언어는 당황스러웠다. 잘못된 바는 끊임없이 깨치고 고쳐 바로 잡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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