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한일전 참패와 독도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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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한일전 참패와 독도 도발
  • 논설위원 서기원
  • 승인 2011.08.25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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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서기원

최근에 한국은 일본과의 축구경기에서 3:0으로 졌다. 관점에 따라 여러 평가가 가능하다. 어쨌든 일본은 뛰어난 개인기와 정교한 패스를 통해 한국의 수비진을 뚫고 세 골이나 넣었으니 패자는 아무 할 말이 없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영원한 강자도 없고 약자도 없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보완한다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이겨왔지만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끊임없이 보완 발전시키지 않으면 언젠가는 뒤처지게 마련이다.

사실 축구역사는 일본보다 한국이 훨씬 빠르다. 야구가 중요한 스포츠였던 일본은 나중에야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데, 점차 프로 축구도 만들고 외국인 축구 감독을 모셔와 유럽의 축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본축구는 처음에는 한국과 상대도 되지 않다가 점차 실력을 키워 지금은 FIFA의 공식적 평가에 따르면 한국보다 훨씬 앞선다. 그 기준점이야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평가로는 앞선다.

우리는 이 점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인정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친선 축구이든 월드컵 예선이든 간에 많은 한국 사람들은 일본에 절대로 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식민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더더욱 일본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결코 뒤지지 않으려고 한다.

이 삿포로 한일전은 비록 스포츠의 역사에서 한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여러 가지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약체였던 일본 축구가 브라질 등 선진 축구를 배워 한층 조직적인 개인기와 볼 지배력 그리고 섬세한 패스로 한국을 이겼다는 사실은, 일찍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앞서 서양 문명과 군사기술을 배워 조선과 중국을 넘보며 침략을 해서 자신의 우월성을 과시하려고 했던 근대를 연상시키며, 한국이 뭐라고 하든 국제적인 규칙과 질서에 편입되어 국제사회에서 독도나 일본해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그들의 태도 또한 근대 일본의 모습과 너무 닮았다.

이와는 반대로 현실은 인정하지 않고 문제만 생기면 언제나 민족 감정을 내세워 좌충우돌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한국 수비수들과 한국 축구팬들을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것은 또한 독도를 국제사회에서 분쟁지역화 하여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으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일본과 매번 독도와 관련된 일본 우익의 발언이 나오면 그때마다 흥분했다가는 곧 잊어버리는 한국을 연상시킨다. 독도냐 다게시마냐 그리고 동해냐 일본해냐 하는 이름은 사실 상(de facto)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엄밀하게 말해서 이름이 바뀐다고 해서 그 지리적 장소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본인들은 왜 그 이름에 그렇게 집착할까?

그 이유는 이름은 단지 이름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저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에게 와 의미가 된다. 그렇다면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어 부르면 어떤 ‘의미’가 생길 수 있을까? 독도를 다케시마로 부르면 그곳은 이제 ‘전략적 요충지’의 의미가 될 수 있다. 그러면 독도는 더 이상 한국인에게 가끔씩 관심의 대상이 되는 단순한 ‘섬’이 아닐 수도 있다. 왜 그럴까? 잠시 주변국들의 상황을 보자.

중국은 이제 서양의 자본주의 문명을 수용해서 점차 세계의 패권국이 되려 하고 있고, 반면에 최근의 신용등급하락에서 그 징후를 찾을 수 있듯이, 일본과 남한을 매개로 해 아시아를 지키던 미국은 그 힘이 점차 약화되어 가고 있다. 장차 미국은 중국을 견제해 일본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일본대로 중국에 위기의식을 느낀 나머지 해군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고, 중국은 중국대로 해군력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입장에선 한반도와 가까운 어떤 위치에 전략적 군사 거점이라도 확보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 놓일 것이다. 이번에 일본해를 미국이 인정하고, 중국이 반대한 것을 보자. 왜 미국과 중국은 자신들과의 직접적인 이해 관계없이 서로 각각 일본과 한국의 손을 들어주는 걸까?

일본은 청일전쟁을 일으킬 때도 러일 전쟁을 일으킬 때도 상대방 나라의 정보를 수집하며 꾸준히 준비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해 옮기기 위해 한국을 병참기지화 하려고 한 것이다. 일본의 독도에 관심은 한국 때문이 아니다. 장기적으로 패권화 되어가는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 속에서 일어난 방어 본능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독도와 일본해는 같이 맞물려 있다. 일본해를 둘러싸고 중국이 반대했다고 해서 좋아하지 말자. 미국이 동조했다고 해서 서운해 하지 말자. 자주 홍수 나고 매번 얻어맞고 지고 들어오면서도 스스로 극복하고 이기려는 지혜를 내지 못하고 언제나 남의 힘에 의지하려는 여우(狐假虎威)를 욕하고, 외우내환(外憂內患)의 시름조차도 잊은 채 구들장에 앉아서 집안싸움에만 몰두하는 우리의 모습을 직시하자. 한번 졌으면 와신상담(臥薪嘗膽)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국 축구여~, 대~한민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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