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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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으로 산다는 것
  • 서기원 논설위원
  • 승인 2011.05.2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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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기 원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정치인에게 있어 아주 중요한 자질을 세 가지에 두었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 감각이다. 여기서 열정이란 대의를 명령하는 자인 신(神)이나 데몬(Demon)에 대한 열정적인 헌신을 뜻한다. 이 말은 객관적 태도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열정이란 단지 개인적인 열정도 아니고 그렇다고 혁명 정신에 불타올라 집단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의미에서의 열정도 아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말하면 대의 즉 국민의 소리를 듣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열정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베버는 이것만 가지고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가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정치가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자질은 책임감이다. 이 부분에서 베버는 두 가지의 윤리적 태도를 언급하고 있다. 그 하나가 신념윤리이고 다른 하나가 책임 윤리이다. 신념윤리란 언제나 순수한 신념을 가지고 행동한다면 그것이 옳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순수한 신념을 가지고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쁜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그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책임이거나 인간을 어리석게 만든 창조자의 책임이라는 입장이다. 어떤 사람은 순수한 신념만을 가지고 자신의 집단이기주의적 행동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과 의지가 올바르기에 어느 정도의 폭력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때로 법과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자신의 순수한 신념에 따른 행동을 고수한다. 이들은 사회의 불공정성에 대한 저항에만 책임을 느낀다. 이러한 태도는 그 동기의 순수함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있는 윤리적 입장이다.

베버는 이에 대한 보완적이며 대안적인 윤리적 태도로 책임윤리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책임윤리란 처음부터 어떤 결과를 신중히 검토해서 행동하고 그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한다는 태도이다. 책임윤리의 원칙에 입각해서 행동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의 결과에 대해 언제나 책임적인 태도를 취한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온 몸으로 느끼고 또 진정으로 느끼며 행동하는 사람이 바람직한 정치인의 태도라고 베버는 말하고 있다. 그래서 베버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인 정치가의 자질 두 번째는 언제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지며 행동의 결과에 대해서 사람들이 왜 그렇게 행동했느냐고 물으면 그것이 자신의 신념에 따른 행동이며, 자신은 그 신념과는 달리 행동할 수 없었노라고 책임감 있게 말할 수 있는 정치가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정치가의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고 말한다.

마지막 세 번째의 자질은 균형 감각이다. 이것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근원적 공정성 혹은 제 2의 항해 원칙에 해당하는 것이다. 혹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의 신조이기도 하고, 구약성서 솔로몬의 재판에서 보이는 잔인할 정도의 균형 감각이기도 하다. 사람인 이상 이러한 균형 감각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치가는 공의(公義)와 대의(大義)를 위해서 거기 서 있는 사람이다. 균형 감각을 지키지 못하면 그 정치인이 그 정치인이 이끄는 국가란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단순한 사적인 조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입장에서 정치인에게 물어볼 수 있다. 스스로 이러한 정치인의 자질을 잘 발휘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는 각오와 능력이 있는지를 물어 볼 수 있다. 의사에게는 의사의 자질이 있어야 하고, 목사에게는 목사의 자질이 있어야 하고, 선생님에게는 선생님에 알맞은 자질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정에서도 각자의 역할에 맞는 자질을 잘 발휘할 때 그 임무를 맡은 본인도 자신의 존재 의미와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풍성한 삶의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과연 직업으로서의 정치, 즉 정치인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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