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존재 자체가 교육의 시작이자 끝
상태바
선생님, 존재 자체가 교육의 시작이자 끝
  • 관리자
  • 승인 2011.05.13 11: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상곤 교육감, 스승의 날 맞아 도내 교원들에게 편지 보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아 도내 10만 교원들에게 스승의 날 축하 및 감사 편지를 보냈다.

○ 편지 전문은 다음과 같다.

다음 :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드리는 경기도교육감 편지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교실을 만듭니다

제30회 스승의 날을 맞아 선생님들께 드리는 경기도교육감 편지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께!

스승의 날입니다.

참된 배움을 베풀어 주시는 선생님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선생님들께서는 가르침의 숭고한 가치를 되새기며 옷깃을 여미는 날입니다. 저 또한 진심을 다하여 선생님 여러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고자 이 편지를 씁니다.

격동의 교육현장, 날이 갈수록 어깨가 무거워지는 현실 속에서도 치어다보는 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진실과 아이들의 미래 앞에서 겸손하게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실 선생님들의 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선생님 여러분! 참으로 고맙습니다.

선생님 여러분!

누구나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삶의 전환점을 만들어주셨던 선생님 한두 분은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저 역시 생각이 흔들리거나 삶이 버거울 때면 그 분들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아래 글은 며칠 전 어느 일간지에 ‘선생님은 위대하다’라는 제목으로 쓴 졸문입니다만, 이 땅의 모든 훌륭하신 선생님들께 바치는 헌사로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에는 가까운 기억도 가물거리는데 유년의 사람과 삽화는 엊그제 일처럼 생생한 게 많다. 어렸을 때의 기호와 습관은 평생을 따라다닌다. 그래서 훈훈한 유년기는 평생의 자양분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친구가 숙제를 못하면 퇴학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로지 동네 이름만 알고 친구의 집을 찾아 헤매는 아이의 하루를 담은 낯선 이란 영화다. 쇠락한 마을과 학교, 아이들의 가난과 노동, 공책을 북북 찢으며 퇴학을 협박하는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폭력, 그 속에서도 서로의 영혼을 어루만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뭉클하게 내 유년과 포개졌던 영화다.

그리고 떠오른 얼굴,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이셨던 이무겸 선생님!

추억만으로 가슴 한 편이 따뜻해지는 은혜로운 이름이다. 우리들을 대하시던 그 분의 눈빛, 표정, 손길이 이리도 생생하다. 내 유년의 마지막은 그 분으로 인해 ‘축복의 기억’이 되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17반, 한 반에 7~80명이 넘는 거대학교, 과밀학급이었다. 5.16이 일어났던 그 해, 거리는 제복을 입은 사람들로 넘쳐났고, 무엇인가 위험하고 불안한 공기가 사람들 사이를 떠다녔다. 선생님은 그 많은 아이들의 이름과 사는 동네를 다 기억하셨다. 하교 때면 언제나 교문 앞에 나오셔서 ‘그 길은 위험하니 돌아가라, 너는 누구와 함께 가라’ 하시다가 끝내 불안한지 다 큰(?) 6학년 아이들을 집 앞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하셨다.

아무리 포장해도 아이들은 어른의 위선과 진실을 직관적으로 안다. 그 동안 만났던 선생님들과 확연히 달랐다. 우리들은 모이면 ‘선생님’ 이야기를 했고, 다른 반 아이들은 우리를 부러워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나는 공부는 잘하지만 마음이 여리고 ‘통솔력’이 부족한 아이였다. 반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시험점수가 높은 것만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고 야단을 자주 맞았다. 그러나 질책을 받을 때도 선생님이 고마웠다. 어린 마음에도 그것이 ‘선생님의 사랑’의 형식임을 이해했던 것 같다. 가난하고 공부를 못하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품에서 얼굴이 환해졌다. 거리가 안정을 되찾았을 때부터는 하교 후에도 교실은 ‘공부방’이 되었다. 나 또한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야 했다. 선생님께서는 그게 ‘통솔력’이라고 하셨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정책이나 교육 환경, 교수 테크닉도 한 선생님의 손길과 눈빛을 대신할 수 없다. 핍진한 시대에도 ‘영혼을 울리는 선생님’은 어디에나 계셨다. 선생님은 존재 자체가 교육의 시작이자 완성점인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학교를 다니면서 수많은 경기도의 ‘이무겸’ 선생님을 뵙는다. 그리고 그 교실 속 아이들이 느끼고 배울 평화와 행복, 그리고 삶의 힘을 생각한다. 선생님은 위대하다.

좋은 교육은 제도나 환경과 무관하게 ‘선생님의 헌신’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학생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훌륭한 선생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너무나 평범한 말은, 평범하기에 더욱 불변의 진리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교육방법과 기술은 교육을 보완할 뿐이지 결코 선생님의 인격과 교감의 능력을 대체하지 못합니다. 결국 최고의 교육 혁신은 ‘훌륭한 품성과 능력을 지닌 교사들’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서 교육과정, 수업, 평가 등 혁신의 주체로 서는 일인 것입니다. 그것을 우리 모두가 진심으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일입니다.

성공적인 교육을 수행하는 나라의 공통점은 교직과 교사집단이 대표적인 전문가 집단, 지성인 집단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을 존중받고 존경과 감사를 누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선생님은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노력을 집단지성으로 전개하며 화답합니다. 이 두 개의 축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더 높은 수준의 교육문화와 교육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선생님은 최고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집단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가건설자(Nation Builder)’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들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고, 그들이 열심히 공부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온 몸으로 아이들과 살아가시는 수많은 이름 없는 영웅들이 교단에서 땀과 눈물을 섞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생님 여러분!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선생님들의 어깨가 한층 더 무거워진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이 무거운 과제를 우리 경기도 선생님들이 먼저 짊어지게 한 것에 대하여 죄송한 마음 또한 한 편에 묵직합니다.

그러나 저는 감히 인간 역사의 진보를 믿습니다. 개혁과 퇴행을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역사는 보다 자유롭고 평등한 삶과 사회를 향해 발전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서 가는 사람들의 헌신과 희생이 불가피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과도한 예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노예 해방도 여성의 참정권, 아동학대금지도 어느 시대에는 말도 안 되는 논리였습니다. 우리 사회가 학생인권 존중을 비롯한 교육본질에 충실한 제도와 문화를 일구는 것이 진정한 선진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해서 누군가, 언젠가 반드시 헤쳐 나가야 할 길이라면, 선생님 여러분과 제가 손을 맞잡고 지금, 여기서 개척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하게 기원합니다. 그것이 우리 스스로 참된 권위를 확보하는 길이며,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새 시대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힘이 될 것임을 믿어 주십시오.

존경하는 선생님!

이제 우리 서로가 서로에게‘교육의 말’을 겁시다.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는 부디‘선생님의 행복’을 세심하게 살펴 주십시오. 선생님께서는 ‘우리 아이’, ‘우리 학교’를 위한 대화와 실천을 멈추지 말아 주십시오.

저 또한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교실, 행복한 교육을 만들어 가실 수 있도록 진심을 다해 존경과 응원을 보내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여러분! 부디 건강하시고, 힘을 내십시오. 올해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 여러분 모두가 참으로 행복하시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선생님 여러분!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2011년 5월 15일

경기도교육감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