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부족한 사회, 법의식도 부족한 사회
상태바
감옥이 부족한 사회, 법의식도 부족한 사회
  • 한북신문
  • 승인 2026.05.1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궁랑 경복대학교 명예교수
남궁랑 경복대학교 명예교수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임에도 붐비는 곳이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학교는 문을 닫고 지방 도시는 비어가는데, 교도소와 구치소만큼은 정원을 넘겨 미어터지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교정기관 평균 수용률은 122.1%로써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과밀수용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아 교도소를 더 지어야 할 상황이라고 한다.

감옥이 부족하다는 말은 단순한 시설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한 사회가 범죄를 예방하지 못했고 법의 권위를 세우지 못했으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는 신호다. 교도소가 부족하니 증축을 하면 되겠지만 결코 가볍게 고려할 대안은 아닌 듯하다.

따라서 지금 한국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감옥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누구를 반드시 가두어야 하고 누구에게는 다른 제재와 교정의 길을 열어야 하는가’이다. 형벌은 무거워야 할 때 무거워야 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감옥으로 보내는 사회는 결국 감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회가 된다.

문제의 본질은 한국사회가 범죄를 다루는 기준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범죄자는 많아졌는데 감옥은 부족하다. 그렇다고 모든 범죄자를 풀어줄 수는 없다. 반대로 감옥을 계속 지어도 범죄가 줄지 않으면 그것은 끝없는 악순환이다. 감옥이 늘어나기보다 감옥이 필요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회가 안전한 사회다.

전과가 많아진 사회보다 더 위험한 사회는 전과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다. 법을 어기는 일이 일상화되고 처벌을 받아도 큰일이 아니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퍼진다면 공동체의 기본 질서는 무너진다.

법은 단순히 감옥에 보내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법은 시민이 서로의 생명, 재산, 명예, 안전을 침해하지 않도록 세운 최소한의 약속이다. 그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는 결국 약한 사람부터 무너뜨린다. 특히 피해자 보호 문제는 더 이상 주변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 국민이 분노하는 이유는 형량이 낮아서만이 아니라 범죄 이후에도 피해자가 계속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일정 기간 뒤 사회로 돌아오지만,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성범죄, 스토킹, 보복범죄, 전세사기, 보이스피싱과 같은 범죄에서 피해자는 재판이 끝난 뒤에도 삶 전체가 흔들린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형사정책은 여전히 가해자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구속 여부, 형량, 가석방, 교정, 출소 후 관리가 논의되는 동안 피해자의 삶은 종종 뒷전으로 밀린다.

범죄자를 얼마나 가둘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피해자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는 더 중요하다.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법은 정의가 아니라 절차로만 남는다.

감옥이 부족한 사회는 이미 늦게 대응하고 있는 사회다. 진짜 선진사회는 감옥을 많이 가진 사회가 아니라 범죄를 줄이고 피해자를 지키며 법을 어긴 사람이 다시 공동체를 해치지 않도록 만드는 사회다. 감옥의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법에 대한 두려움과 양심에 대한 감각이다.

지금 한국사회가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감옥을 더 지을 것인가가 아니다. 형벌의 목적이 범죄 감소가 아니라 수용 공간 확보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고도 여전히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감옥은 계속 부족할 것이고 시민의 불안은 계속 커질 것이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