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채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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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채점해야 하는가
  • 한북신문
  • 승인 2026.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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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문화커뮤니케이션즈(유) 대표이사
신희주 논설위원·문화커뮤니케이션즈(유) 대표이사

명문대 AI 관련 과목에서 많은 학생이 언어모델로 시험을 봤고 그게 ‘부정행위’라고 한다. 이런 기사들은 앞으로도 계속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난 궁금하다. 그 시험지는 무엇을 묻는 것이었을까?

인류의 평균적 능력에 가까운 AI를 도구로 쓸 수 있게 된 시대다. 그럼에도 대학은 인간에게 무엇을 묻고 있는가.

나는 언어모델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브레인스토밍, 독서노트, 연관 자료 정리, 반론 점검, 구조 재조정 등. 나와 같은 깊이의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주변에 흔치 않을 때, 이 도구는 때로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된다.

나는 늘 시간에 쫓긴다. 그래서 언어모델은 내가 바로 말하면 후회할 법한 말을 줄이기 위한, 한 번씩 걸러내는 장치가 되어 같은 뜻을 덜 날카롭게 우회하고, 오탈자를 바로잡는 툴이 된다.

언어모델은 아직 ‘문제에 대한 적절한 문제해결방식’을 스스로 내놓는 수준이 아니다.

그럴듯한 문장을 빨리 이어 붙이는 건 잘하기 때문에 언어모델은 분량을 맞추고 문장 호응을 고민하며 반복 작업하는 초안 작성의 시간을 줄인다. 그러니 여전히 핵심은 사람이 하고 마지막 책임 역시 사람이 진다.

그런데도 “언어모델을 사용했으니 고유성이 의심된다”는 말을 들으면 몹시 불편하다. 종종 도구 사용에 따른 저자성의 입증 책임이 저자에게 넘어간다. 신뢰가 게으르게 작동하는 방식의 문제다. 의심은 싸다. 해명은 비싸다. 비용은 대개 의심받는 쪽이 내는 구조다.

물론 시험에서 언어모델이 ‘정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안다. 그래서 논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이 지점에서 질문을 달리해야 한다. 정말 본질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언어모델 사용’이라는 내용에도 기능에 따른 차이가 있다.

하나는 내가 주로 활용하는 부분인 사고 보조다. 쟁점을 확장하고 논리의 오류를 점검하고 빠르게 검색하고 반론을 세우며 정리한다. 표현을 다듬고 교정하고 다시 검토한다. 생각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더 엄정하게 만드는 보조적 작업대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산출 대행이다. 정답 생성이 과제의 핵심일 때, 언어모델이 대신 수행하는 경우다. 사실 단답형, 요약형, 정리형 등 ‘정답 생산 능력’은 더 이상 인간만의 영역이 아니다. 그러니 ‘AI 사용이 나쁘다’로 갈 일이 아니라 지금 이 평가는 무엇을 인증하기 위한 것인가를 명확히 할 부분이다.

연구와 글쓰기, 편집과 검증은 원래 도구와 함께 발전해 왔다. 목적이 다르면 규칙도 달라져야 하며, 평가도 이동해야 한다.

학생마다 조건과 자료를 다르게 주고 복제 불가능한 판단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당연히 이를 채점해야 할 교수의 시간은 ‘고문’이 된다. 단순하게 정답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들의 다양한 사고의 흐름을 읽고, 제각각의 역량에 맞춰 피드백이 요구된다.

채점은 느려지고 교육은 더 촘촘해진다.

이 지점이 역설이다. 교수의 이런 고문의 시간이 실질적으로 학문과 교육의 본질에 이르게 한다. 대학은 그동안 다양한 제약을 이유로 ‘채점 유리한 것’ 위주로 운영되었고 이런 평준화의 장치는 동시에 교육을 얇게 만들었다.

언어모델은 그 관성을 흔든다. 이제 대학은 취업학원의 기능을 넘어 AI를 넘어서는 사고를 훈련하는 곳이어야 한다. 이것이 또한 미래 경쟁력이다.

그런데 학문을 하기 위한 환경은 곧 자원이고 교육은 더 노동집약적일 수밖에 없다. 튜토리얼, 세미나, 첨삭, 구술, 피드백. 결국 재원과 인력 문제로 이어진다. 자원이 확보된 대학에서 더 양질의 교육이 가능한 것은 자명하다.

세계 AI 강국 대한민국, AI 시대에 한국의 대학은 지금 과연 그럴 준비가 되어 있기는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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