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계곡을 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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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의 계곡을 넘자'
  • 남궁랑
  • 승인 2014.10.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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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경복대학교 교수


소득수준 3만달러 및 선진국 문턱에 서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이 문제일까?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이른 바 ‘전환의 계곡(valley of transition)’ 문제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전환의 계곡이란 더 높은 산에 올라가기 전에 만나는 계곡이란 뜻으로, 사회적 성숙 및 기반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급격한 사회 및 경제적 비용의 증가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와 대만 등과 같이 정치적 성장이 경제적 성장을 따라잡지 못해 생기는 사회적 혼란이 대표적인 사례로서, 마치 광의의 문화지체와 비슷한 현상을 말한다.

요즘 인터넷 뉴스란을 보면 사고발생 5개월이 지났음에도 세월호에 관한 기사가 끊이지 않는다. 쟁점은 기소권과 수사권인 듯 한데 해결의지가 있는지,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인지 아니면 정말로 모든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친절한 배려(?)인지 아리송하다.

1994년 발트해에서 침몰해 989명 탑승자중 852명의 사망자를 내어 20세기 최다 사망자를 낸 에스토니아호 참사는 피해 규모에서는 세월호보다 훨씬 심각했지만, 사고원인 규명이나 대응 방식에서는 우리와 달랐다고 한다.

이 사고에 대해 관련 국가들은 지체 없이 사고의 전말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밝혔고, 피해 가족들이 만족할 수 있는 신속한 대책과 장기적 제도 보완책을 마련하였으며, 사고에 관한 모든 정보를 국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렸기에 사회적 후유증은 최소화됐다고 한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사고후 구조상의 문제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우리사회가 이른바 존스턴 교수가 주장하는 4가지 부패유형중 고위층 결탁이 심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구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한 때 ‘한강의 기적’으로 불릴 만큼 경제성장을 이루고 민주화 운동을 통해 권위주의도 청산했지만 국민 행복감 저하뿐 아니라 OECD국가중 10년째 자살률 1위라는 냉소를 받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상장기업들은 엄청난 흑자를 거두고 있지만 오히려 구성원들의 소득은 줄고 있으며, 대부분의 조직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어 경쟁만 심화되고 살기가 고달파졌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에 대한 신뢰부재와 투명성이 결여된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 등으로 인해 ‘전환의 계곡’을 넘지 못하고 웃자란 민주주의라는 기형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국민행복감이 높은 북유럽 국가들이 처음부터 최상위권의 신뢰와 투명성을 쌓은 것은 아니다. 스웨덴 등에서도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사회정치적 격동기를 잘 이겨낸 끝에 사회적 타협을 이끌어 내었으며, 이에 대해 투명한 제도화를 통하여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고 한다.

정계, 관료, 각종 연(緣)으로 뭉친 엘리트 네트워크를 타파하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투명한 제도화를 통하여 이를 실천함으로써 뿌리깊은 사회의 안개를 걷어내어 전환의 계곡을 넘어야 한다.

전환의 계곡은 선진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하는 험난한 단계이다. 전환의 계곡을 넘지 못하면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려와야 하므로 그 간의 눈부신 발전도 모두가 허사가 됨을 명심하여 함께 난제를 풀어가는 사회 성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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