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길’ 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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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난길’ 을 제안한다
  • 홍정덕
  • 승인 2014.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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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신한대학교 평생교육원 교무부장

이스라엘에는 ‘초막절(草幕節)’이라는 명절이 있다. 초막절은 추수절의 끝 절기이며 일 년 중 마지막 절기로서 유대력으로 에다님월(7월) 15일에서 22일까지이다.

‘새해(로쉬 하샤나)’부터 ‘대속죄일(욤키푸르)’까지 회개와 참회의 시간을 보낸 유대인들은 ‘대속죄일’이 끝나면 5일 후에 시작되는 ‘초막절’을 위하여 가족마다 초막을 짓기 시작한다.

절기가 시작되면, 회당에서 예배를 드린 후에 가족은 모두 자기 가족에게 속한 초막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초막에서 음식을 나누며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을 보낸다.

이 명절은 유대인이 에집트를 탈출하여 사막에 머물던 사건을 기념하며 그 당시의 생활을 재현하는 뜻이 있는데 모든 가족이 집을 떠나 초막을 짓고 머물며 무려 4000년 전에 있었던 민족적 사건(Exodos)을 기억하는 축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그들은 무수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기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잊지 않으려 노력할 뿐 아니라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후손들에게도 자랑스런 민족유산으로 물려 계승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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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해마다 야외에 예쁜 초막을 짓고 함께 음식을 나누며 축제를 벌인 기억을 아이들은 자라서도 잊지 않고 다시 이를 자신들의 후손과 함께 이어가게 되는 것이다.

역사교과서가 문제가 되어 시끄럽다. 좌로 편향되어 있느니. 우로 편향되어 있느니 하며 불과 100여년 안팎에 일어난 사건들조차 시각을 달리하며 다투고 있다. 그 사건을 겪은 당사자가 아직도 살아 있는데 어떻게 정반대의 사건 해석의 가능한지 이해가 안 된다.

한마디로 이건 역사 교육을 잘못 한 탓이다. 교사는 잘못 가르치고 학생은 잘못 배웠다. 아무에게나 역사 공부에 대한 경험을 물어보라! 열이면 열 모두다 골치 아프고 재미없고 따분했었다고 답변할 것이다 끝도 없이 연대와 사람의 이름과 사건을 암기하고 외워야 했던 의미없는 시간들이었으니까!

역사를 가르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초막절처럼 4000년 전의 사건을 오늘날도 살아 있는 현장의 사건으로 기억하고 이를 즐기게 해야 하고 그리고 이를 통하여 역사와 전통을 후대들이 뚜렷이 계승하게 해야 한다.

고등학교 때 국토를 순례한 적이 있다 계룡산에서 서울까지 400리길을 4일간 걸었다. 배고프고 힘들고 발이 부르트고 잠을 자지 못하는 극심한 고난과 고통의 경험이었지만 그 때 내 조국을 내발로 걸었던 그 경험은 내가 우리나라와 우리민족과 우리 공동체에 찐한 애정을 갖게 해준 참으로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매년 6.25행사때에는 국민 모두가 각자 짐을 싸 짊어진 채 주먹밥을 먹고 노숙하며 한 100리 정도 피난길을 걸어 보는 것은 어떨까? 온 가족이 푸른 산하를 함께 걸으며 그 때의 비극과 고통을 체험해 보는 것 그것이 민족 최대의 비극인 동족상잔의 아픔을 역사답게 배우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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