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지 않는 당신의 말은 이미 파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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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하지 않는 당신의 말은 이미 파쇼다
  • 정다인
  • 승인 2014.03.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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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인 논설위원

“아이 하나 더 낳아야죠!”
딴에는 친근함이나 관심의 표현으로 하는 인사치레다. 최근 어느 여당의원이 아이 하나만 낳는 여자들은 반성 좀 하라고 했던 막말만큼이나 폭력적인 말임에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만난 사람에 대해 잘 모르니 딱히 할 얘기는 없으나 무슨 말이든 해야 할 것 같고, 나이나 아이들의 수 등으로 유추해 덕담이라고 겨우 만들어 내는 말이니만큼 말에 온기가 담긴 것도 아니다.

또한 인간에 대해 기본적인 예의도 갖출 생각을 못했을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도 느끼게 된다. 이런 말 중에는 이제 취직 해야지, 결혼은 왜 하지 않니, 대학가야지, 모유수유 해야지 등 마치 해야만 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이런 것들도 무수히 나열된다.

대거리 할 가치도 없는 이런 말들에 상대라도 할라치면 낳기만 하면 자기가 키우겠다는 둥, 애꿎은 남들 이야기를 들이밀고,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이론들 들먹이며 혈압 올리기 일쑤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해 그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 능력이나 의지도 없는 주제에 게다가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선택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하지 않음에도 멋모르고 월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그들이 하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들인지 정작 당사자들은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할 말이 없어서 말문이 막히기보다는 그 무지함에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막막해서 혹은 말 섞는 것이 무의미한 시간낭비가 될 것이 예상되는 관계로 그냥 등을 돌리게 된다.

모든 문제는 사람이 중심에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기도 하고 이웃과의 연대를 통해 해결해야 할 때도 있다. 그리하여 개인적인 영역의 문제들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간혹 획일화된 기준과 그림을 적용하게 된다.
행정상 통제의 편의성 때문이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느 시기에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고, 은퇴를 하는 등의 통계적 경향성이 마치 고정불변의 정답인양 개인에게 당위적으로 적용하려고 든다. 그러니 그 정답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에게 잘못되었다고 서슴지 않고 말하고 또한 하나의 선택만을 강요하게 된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전체주의다.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독재다. 이들에게는 획일적 기준만 존재하며 내 편에 서지 않으면 적이 될 뿐이다. 나와 같지 않음은 곧 그릇된 것이라고 재단해 버리는 평소 생각과 말이 일상이 되어 있는 당신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이해할 것이며 또한 민주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는가?

생각을 놓아버리면 구조의 노예가 된다. 내가 살고 싶은 미래가 곧 현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대한 믿음의 중심에는 무수히 다양한 당신이 존재함을 잊지 않아야 한다. 핵심을 피해가며 면피용 책임 떠넘기기에 집중하지 말라.

모든 것은 의식하지 않고 생활에서 휘둘러대는 파쇼철퇴, 바로 당신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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