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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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과 서비스업
  • 안동규
  • 승인 2014.0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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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규 경민대학교 교수




영국의 경제학자 클라크(C. Clark)는 ‘경제진보의 제조건’에서 한 나라의 경제가 발달할수록 1차 산업의 비중은 작아지고 2차,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은 많은 학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모든 학자들이 이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미국의 사회철학자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미 제조업 쇠퇴에 강한 우려를 표명하며 국가 번영을 위해서는 재공업화(re-industrialization)가 절실함을 역설하였다. 이와 같이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견해가 다르다.

제조업의 중요성과 국가경쟁력가치 있는 것을 생산하는 데는 국가 단위에서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풍족한 천연 자원이다. 중동의 석유 수출국들은 원유를 팔아 막대한 부를 얻는다. 하지만 이런 나라들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둘째는 유용한 물건을 만들어 파는 방법이다. 원료를 수입하여 제품을 만들고, 이를 수출하여 얻은 외화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하는 것이다.

셋째는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이나 의료, 또는 영화와 같은 문화 콘텐츠를 제작·판매하여 부를 얻는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는 세계 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경쟁을 하게 된다. 좀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하여 경쟁력이 있으면 수요를 창출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한다. 그렇다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 어느 것이 더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보장할까.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차이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근본적인 차이는 결과물이 유형이냐 무형이냐로 볼 수 있다. 제조업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반면, 서비스업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생성한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둘 다 꾸준히 노력하면 세계적인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높은 것은 눈에 보이는 물질을 다룰 때이다. 제조업을 ‘딱딱한 산업’, 서비스업을 ‘부드러운 산업’이라고도 한다.

딱딱한 것은 처음 다루기는 어렵지만 계속 노력하여 기술이 생기면 잘 다룰 수 있다. 게다가 그 기술은 계속 축적되어 더 고도의 기술이 탄생한다. 반면 부드러운 것은 처음 다루기는 쉽지만 정말 잘 다루려면 굉장한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순식간에 새로운 것이 기존 것을 뒤집어버릴 가능성이 상존한다.

국가경제라는 중요한 사안을 놓고 보았을 때, 불확실한 것보다는 확실한 것을 택하는 것이 보다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제조업이 더 지속적인 국가경쟁력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제조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만 달러 시대의 우리 경제의 주축은 제조업이다. 물론 서비스업의 시대적 흐름을 거부할 수는 없지만 제조업의 기반이 없이는 선진국의 도약은 어렵다.

우리나라는 제조업의 위기다. 최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젊은이들이 제조업으로 향하는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서서히 고사할 것이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제조업을 키우는 데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며, 제조업을 경영하는 경영인들과 근로자들도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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