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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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
  • 신다인
  • 승인 2014.02.04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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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인 논설위원


연말이라 모든 곳이 방학해 갈 곳이 없는 아이와 영화를 보다. 아직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투표소에 데리고 갔던 것과 같은 마음에서 보여 주고 이야기하고, 적어도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억 하나 가졌으면 싶어서였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울었다고 들었다. 기실 나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한참을 울고 싶어졌다. 영화가 감동적이라기보다는 사실 부끄러워서일 것이다. 이 영화의 시대를 살아왔던 우리네 모습이 투영되고 그 엄청난 시기를 견뎌왔던 아련한 기억. 그리고 30년 전과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현실에 막막함, 먹먹함, 자괴감. 그리고 비겁함에 어쩔 줄 몰라서.

장면장면 겹쳐 문득문득 과거 기억 속에 떠오르는 대사들. 어쩌면 내 아버지 혹은 어른이라고 부르던 분들과 되풀이되던 상황을 엿보는 기분. ‘세상이 그리 녹록한지 알아? 데모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아? 공부하기 싫어서 발광하는 거지.’ 한편에서는 왜곡된 정의와 기본에 관해 근원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질문이 오늘에도 그대로 반복되는가? 영화 속 송변은 말한다. ‘변호인이 법으로 국민을 보호할 수 없으면 국민의 앞에서 방패막이라도 될 수 밖에요’ 어쩌면 이런 이유로 법조인이 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장 뛰어들지는 않는 이유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무모하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당한 권력을 꺾기 위해 힘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게다. 조금만 더 키워 불의에 맞서겠다고 합리화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보니 지금도 여전히 나의 힘이 너무 약해 어림없다고 말한다. 어떻게 할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리 세월을 보내며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건다고 말한다. 은근히 내가 할 일을 아이들에게 밀어놓는다. 그럭저럭 아직은 견딜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깨는 아이의 질문. ‘경찰은 착한 사람들 아니야? 왜 약한 국민을 괴롭혀? 왜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대해?’ 아이에게는 온갖 뒤틀린 세상이 의문투성이인가 보다.

뭔가 답을 해줘야 할 텐데 내 목소리가 떨려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줘야 하는 것일까? 한마디 한마디 말을 이을 때마다 날이 선 칼날이 가슴을 찌른다.

‘모든 경찰이 다 그런 것은 아니야. 힘이 있는 자는 약한 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어떤 경찰은 자기 생각을 갖지 않고 나쁜 일을 할 때도 있어. 그건 경찰뿐만 아니라 군인, 정치인, 선생님 혹은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그럴 수 있어.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시킨다고 잘못된 것을 뻔히 알면서도 행하는 사람이 있거든. 그건 나쁜 일이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야.

그런데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옳고 그른 것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옳은 것을 옳다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해.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행동으로 실천에 옮겨야 해.’

부끄러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진실로 부끄럽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네가 그리고 그 다음 세대 그 누군가가 오늘의 박진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행동하지 않는 부끄러움, 여전히 어렵다고 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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