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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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다는 것
  • 한북신문
  • 승인 2024.04.3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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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대륙과 대만 그리고 해외 화교를 막론하고 중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인물이 바로 위유런(于右任)이다.

대륙에서 펴낸 <중국인명사전> 위유런 편에는 ‘민주혁명가. 정국군 사령관. 국민당 원로. 왕희지·안진경·조맹부와 함께 중국 4대 서예가의 한 사람. 대시인. 대교육가. 대언론인. 중국 기자들의 비조, 34년간 감찰원장을 역임한 중국 역사상 가장 청렴했던 고위 공직자’라며 그의 생애를 극찬했다. 그 위유런이 1963년 4월16일 생애 마지막 무렵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일기가 남아 있다.

“소년시절부터 습관이 안 되면 늙어서 아무리 하려고 해도 불가능한 게 독서다. 취미가 독서라는 사람을 볼 때마다 슬프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은 치욕이 뭔지를 모른다. 가장 미련한 사람이다. 의사 말대로 하다 보니 며칠 간 독서를 못했다. 불안하다.”

「시오노 나나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로마인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쓴 「김명호」의 역저 『중국인 이야기』는 죽음 직전의 마오쩌둥을 이렇게 기록한다.

“마오쩌둥은 통증을 견디며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독서만한 진통제는 없었다. 손에 힘이 빠지면 의사와 간호사가 대신 들고 책장을 넘겼다. 눈이 피곤하면 간호사에게 읽으라고 손짓했다. 눈에 피로가 풀리면 다시 책을 읽었다. 마지막 숨을 내쉬는 순간까지 그럴 기세였다.”

병인양요(丙寅洋擾) 당시 강화도를 점령한 프랑스군이 약탈을 위해 민가를 뒤졌을 때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조차 반드시 여러 권의 책이 있는 것을 보고 ‘아, 이 나라 사람들은 책을 보물로 삼는구나’하고 강화 외규장각에 소장된 조선왕실 어람용 의궤를 프랑스로 가져갔고 조선에서 오는 사신마다 ‘유리창(琉璃廠)’의 신간서적을 휩쓸어 가 중국의 책이 씨가 말랐으니 조선인들에게는 책 판매를 금지하여야 한다는 상소를 올렸던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치열한 독서민족이었는지를 확인시켜 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발표한 ‘2023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2021년에 비해 각각 4.5%p, 0.6권 줄었다.

1년간 책을 한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 중 6명, 전체 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1년에 겨우 4권의 책을 읽은 것이다.

전국에 분포한 순수서점은 이미 2003년 2247개를 기록한 이래 2015년 1559개로 줄었고 전국 기초단체 중에 ‘서점이 한 곳도 없는 지역’이 10곳이나 된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우리는 세계최초로 활자를 발명한 민족이라고 자부할 텐가?

수출이 감소하는 것보다 소득이 감소하는 것보다 출산이 줄어드는 것보다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이 현실이 어쩌면 더 무서운 미래 붕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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