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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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북신문
  • 승인 2024.02.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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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필자는 지금도 교단에 섰던 첫날을 어제 일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1977년 8월29일 월요일 2교시 K여중 2학년 7반 교실이었다. 잘 가르치고 존경받는 교사로 이 학교에서 정년퇴직하게 해달라고 교실 문 앞에서 짧으나 간절한 기도를 드리고 첫 수업을 시작하던 그 날의 흥분과 설레임이 지금도 내 기억 안에 지금이듯 또렷하다. 그런데 불과 한 학기를 마치고 다시 새 학기를 시작하고 보니 40여명의 교사 중에 어느 새 내가 중간 그룹에 들어있었다.

그 즈음에 우리나라에 불고 있던 경제개발의 광풍은 경제, 특히 무역 분야에 투입할 대졸 학력자의 절대 부족상황을 불러왔고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처우를 받고 있던 현직 교사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들의 부름에 응하여 다수의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 회사로 이직하였고 이는 당연히 교사 수급에 엄청난 문제를 가져왔다.

필자는 지금도 중등교사 육성을 목표로 설립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의 졸업생들이 교단 진출을 원하지 않는 다는 현실에 직면하여 그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모교 강당에 후배들을 모아 놓고 무릎을 꿇으며 강단을 지켜 달라고 부탁하는 일까지 있었다.

이후 정부는 교사들의 퇴직연금을 상당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한편 경제 개발붐이 가라앉으며 취업난이 일자 최근까지 교사는 공무원과 함께 유망한 직종으로 자리 잡는 듯하였다.

그러나 교직원 연금이 대폭 하향 조정되고 학생 인권 조례의 엄격한 적용으로 인한 교권침해 논란에 더하여 가중되는 업무 등 열악한 교육환경이 중첩되면서 이제 교사는 더 이상 매력적인 직업이 아니게 된 듯하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현직교사의 사고, 출산, 급작스러운 사임 등에 대비하여 대체 투여하는 기간제 교사의 수급이 대단히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이미 정년을 마차고 퇴임한 교원들을 다시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중에는 교장을 역임한 분들도 계시기에 나이 많은 이들을 ‘할샘’이라 는 비칭으로 칭한다는 말도 들린다.

가장 중요하고 또 국가의 근간이라 하여야 할 교육이 이렇게 편의 위주로 운용되어도 괜찮은 것인가. 보다 중요한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합리적 염려이다.

거기 더하여 우려되는 것은 우리 사회 특히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 경시 풍조이다. 교사들은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 성장시키는 분들이고 우리 아이들이 본받아야 할 최초이자 최대의 토양이다.

그런데 도대체 할샘이 무엇인가? 그러니 이제 우리 아이들이 나이 많은 아버지를 향해 할빠라 부르고 나이 드신 이웃어른들에게는 할저씨라 이르는 날이 곧 오지 않는 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교사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고 그들의 근무 여건을 대폭 개선하여야 한다. 그리고 자녀가 입학하는 날 큼직한 회초리를 준비하여 자녀가 보는 앞에서 선생님께 정중히 전해 드리며 내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거든 이 회초리로 사정없이 바로잡아 주시라고 간청해야 한다.

그 회초리가 바로 교편(敎鞭)이요 교사는 <교편을 잡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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