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사망자로 살았던 노숙인 부활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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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사망자로 살았던 노숙인 부활작업
  • 한북신문
  • 승인 2023.12.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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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이젠 정말로 의정부 시민이 된 것 맞죠. 이제부터는 눈치 안보고 일할 수 있고 더 이상 돈은 떼이지 않아도 되겠네요.”

가족은 물론 주변사람들과의 소통이 단절된 탓에 20여 년 동안 서류상 사망자 신세였던 50대 중후반의 남성이 의정부시와 사회복지단체의 노력 끝에 신분을 되찾고 새 인생을 시작하게 되면서 전한 소감이다.

지난 11월28일 오전 의정부시청 시장실에서 ‘부활 주민등록증 전달식’을 진행하면서 김동근 시장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축하하는 행사가 있었다.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다.

20년 전 의정부시 OO동 지하방에서 시신으로 발견된 남성이 있었다. 약 한 달 만에 발견되어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던 중으로 가족들은 오빠일 것 같다 라고 진술하였고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올해 1월 중순 밤 9시경에 녹양역 인근에서 노숙을 하면서 역무원에 의해 신고되었고,인근 지구대와 노숙인복지시설인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이하 노숙인센터) 직원이 출동하여 센터 임시보호소에 입소하게 되었다.

입소 상담 중 이OO님(57세)(이하 이모씨)이고 이미 사망처리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신분회복 등을 위해 의정부시청 복지정책과 담당 공무원과 밀접한 소통을 시작하였다.

가장 최우선은 자칫 당사자가 마음의 상처를 입고 은둔상태로 다시 들어가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는 것이었다.

이에 의정부시는 발 빠르게 이모씨가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망자 신분임에도 사회복지전산번호를 즉각 부여하고,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우선 책정하여 생계 및 의료, 주거 등 가장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빈틈없는 적극행정을 펼쳤다. 그리고 노숙인센터는 이모씨의 생존자 신분 회복을 위해 검찰청과 법원 등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하면서 세부적으로 단계에 맞춰 활동을 진행하였다.

법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가 ‘등록부 정정허가’ 소송 수임을 의뢰하였으며, 각종 행정절차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는 등 전반적인 사항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온전한 생활을 위하여 식음료 및 구호 물품, 의료진료 연계, 임시주거비를 지원하면서 일상생활 관리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고향인 충청도에서 호적이 부활되고 거주지가 속해 있는 의정부1동에서 정식 주민으로 인정받아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게 되었다.

무려 10개월 간 의정부시청 복지정책과 공무원과 검찰청, 법원, 경찰서, 그리고 대한법률구조공단 등 지역 내 많은 기관들의 협조와 역할수행으로 20년간 사망자로 그림자처럼 살 수밖에 없었던 한 인간이 다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함에 있어 노숙인복지시설인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는 우선 사회의 일원으로 신분회복과 정상적인 삶의 영위를 위하여 매주 사례회의를 진행하며 사회재활훈련 목록을 만들고 순서에 맞게 체계적인 접근을 하였다. 우선 첫 번째로 노숙을 방지하기 위해 거주할 수 있는 숙소를 정하고 최소한 수면만큼은 그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훈련하도록 하였다. 두 번째로는 약속이행으로 센터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수급비에 대해 금전관리를 대행하면서 매주 수요일 13시에는 센터로 직접 내방하여 일정금액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였으며, 길들여진 무계획 습관을 서서히 사회의 틀 안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병행하였다.

세 번째로는 건강검진을 통해 잦은 음주로 인한 건강상의 적신호를 인지시키면서 술병과 멀리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 주었다.

요즘은 자주 센터에 들러 본인의 소식을 편하게 이야기한다. 20여 년 전 가출한 상태에서 일용직 근로와 고물 수집 등을 하며 여기저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중 10년 전 쯤 경기도 포천에서 경찰의 불신검문 과정에서 자신이 사망처리 된 사실을 알았다. 그러한 이유로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었고 기본적인 병원진료나 은행거래 등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사망자 신분인 것을 악용한 사람들에게 일을 하고도 인건비를 받지 못한 적도 많았다.

스스로 신분 회복을 진행하려고 해 봤지만 복잡한 절차와 비용이 부담돼 포기하고 있었다고 한다. 주민등록증을 받고 난 후에는 “그동안 힘든 날의 연속이었고 사실상 포기했던 삶이었다”며 “고마운 사람들을 만나 새 삶을 얻게 되니 우리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어 웃어보라고 하니 억지로 짓는 웃음이 어색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행복한 마음이 한가득 담겨있음을 안다. 이제부터는 진정한 우리의 이웃으로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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