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이 보통사람으로 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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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보통사람으로 사는 방법
  • 한북신문
  • 승인 2023.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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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3년 6개월 동안 노숙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처음에는 노숙인이라 불리우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고 어떠한 이유로 노숙까지 하게 되었을까 라는 궁금증 내지는 약간의 호기심도 발동했었다는 게 사실이다. 막연히 이들도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똑같은 인간이기에 똑같은 대우와 대접을 받아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었다.

공동사회, 함께 살아가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받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정의감(?)이 존재했기에 최대한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고 자발적인 판단과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었다.

그런 이유로 때로는 정말 안타까워하기도 했고 때로는 정말 펄쩍펄쩍 뛸 만큼 기뻐서 어찌할 바를 몰랐을 때도 있었다. 물론 지금도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경영과 운영으로 귀한 결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과연 어디까지 해 줘야 하는가, 그리고 어떤 것이 진정한 목표이고 우리가 바라는 것이 어떤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곤 한다.

어둠에 갇힌 듯 더럽고 불결한 환경에 내몰려 그냥 하루하루 술과 담배에 찌들어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우리는 어떤 결과를 바라는 것인지 자주 묻는다.

최근 40대 후반의 한데인이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항상 술에 취해있는 분으로 만취상태로 이동하다가 넘어져 턱이 깨져 피가 많이 흐르는 상태인데도 길거리에 철퍼덕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것을 아웃리치 활동을 하던 직원이 발견하고 신고를 했다.

지역의 2년제 대학 방사선과 졸업이란 학력을 갖고 있는 분이다. 현재는 수급권자로 정부로부터 주거비와 생계급여를 받고는 있으나 거의 술값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끔씩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접근하고 추행을 하는 등의 행동으로 교도소도 꽤 많이 들락거린 경찰관들과 소방관들에게는 꽤나 유명인사가 되어있는 분이다.

이번에는 추석연휴 다음날 의정부역 광장에서 만취상태로 다친 채 잠을 자다가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3년 6개월 동안 술 취하지 않은 모습을 본 기억이 없는 분으로 생각될 뿐 이 분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전혀 파악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반성해야 할 아쉬운 부분이다.

그리고 추석 연휴 전날 60대 초반인 한데인 한분이 청주에 있는 정신병원에 입원하였다. 의정부역 광장에 항상 똑같은 자리에 앉아 계신 분으로 어느덧 제일 큰 형님 대우를 받고 있다.

센터 임시보호실에 열번 넘게 드나드신 분으로 빈사상태까지 가서 억지로 응급입원과 센터 입소와 무단 퇴소 등의 과정을 수없이 반복했었다.

춘천, 가평, 여주, 파주 등의 병원도 입원했다가 무단 퇴원을 하고 다시 의정부로 찾아오는 등 기구한 운명을 사는 분이다.

힘들게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도 만들고 거주할 수 있는 방도 구해주었건만 결국은 무슨 일이 있는지 돈을 다 써 버리고 그냥 그 자리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한다. 알콜성 치매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기억력과 현실감각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다행히도 연휴 전날 병원 입원에 동의하셔서 멀리 청주에까지 가셨다.

자살한 배우자에 대한 죄책감과 홀로 키워진 장성한 남매에 대한 애틋함과 미안함이 혼재되어 정신적 혼란을 겪고 계신 분이다. 인내심을 갖고 좀더 명확하고 명료한 접근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요즈음 ‘보통사람‘ 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많이 생각한다. 집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정해진 일정에 맞춰 씻고 먹고 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어울리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일과다.

거리에서 생활하시는 분들도 우리와 똑같이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게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이다.

노숙인복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자활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건강을 회복하며 지역의 일원으로 함께 살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바꿔주어야 한다.

센터의 운영 목표는 문화회복이다. 그러나 홀로 이 지역 속으로 녹아든다는 것은 여러 정황상 한계가 많다. 초창기 이상적이라 생각되어 잠시 접어 두었던 ‘가정회복’을 조심스레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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