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상태바
부메랑
  • 한북신문
  • 승인 2023.08.28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근래 친히 지내는 벗 중에 인근에서 규모 있는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이가 있는데 그이의 전언에 따르면 요양시설에 들어와 만년을 지내는 이들이 겪어내야 할 가장 큰 고비는 가족,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 재정립이라 한다.

사정은 각각 다르겠으나 평생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키워 낸 자식들과 동거하지 못하고 홀로 요양시설에 들어오는 이들 모두는 우선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좌절감에 휩싸이게 되는데 이 좌절감을 어떻게 극복하는 가의 여부가 그가 새로 맞닥뜨리게 되는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어른으로 키워내려면 마을 전체가 이에 달라붙어야 한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이는 육아가 개개 가정의 문제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담당해야 하는 중대사임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보편가치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객관적 인식 위에 형성되고 존중되며 함께 공유하고 계승되어야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질서라 부르고 전통이라, 윤리라, 도덕이라 부르는 모든 가치는 공동체 모두가 승인하여 지키며 비록 시대의 상황에 따라 가감과 조정이 있었다하여도 그 기본은 존중되어 지금에 이르게 마련이다.

내 아이가 보다 더 풍족하고 안전하며 유익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며 내 삶의 목적이기도 하다. 결국 어찌하면 내 아이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고 어찌하면 더 확실한 발판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추구하는 것이 부모 된 도리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내 아이의 삶을 걱정하는 만큼 내 아이가 가치 있고 훌륭한 삶을 살도록 가르쳐야 한다. 존경받는 삶을 살지는 못하더라고 최소한 지탄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근래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교육현장에서의 심각한 일탈과 왜곡은 우리 아이들을 향한 주관적이며 이기적 이기만한 어긋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 이기고 쟁취하고 넘어서라고 격려하는 만큼의 같은 분량으로 가르치고 익혀주어야 할 바름과 베품과 함께함을 하찮게 여긴 결과이다.

어느 여인이 홀로된 시어머니를 요양시설로 보내고 돌보지 않아 결국은 쓸쓸한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단다.

하루는 아들이 학교에서 가족을 그린 그림을 들고 왔는데 그 그림 안에는 한쌍의 부부와 남녀 두 아이가 그려져 있었다.

여인이 아들의 그림을 칭찬하며 이 그림 속의 인물들이 누구냐고 묻자 장차 결혼할 아내와 두 아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럼 나는 어디 있느냐고 묻자 아들은 “엄마는 아마 그때 요양원에 가 계실 거예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대답하더란다.

어쩐지 꾸며낸 우화처럼 들리는 이 예화가 그저 단순한 우화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모든 아이들은 실수하며 미숙한 행동을 거듭하며 자라게 마련이다. 그 실수를 그 허물을 꾸짖고 징계하지 않은 우리들 부모, 교사, 선배, 어른들은 결국 우리를 향하여 날아올 부메랑을 깎고 있는 것 아닐까?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