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안와사 극복기… 한방병원 일상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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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안와사 극복기… 한방병원 일상 스케치
  • 한북신문
  • 승인 2023.06.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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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구안와사라는 안면신경마비 증세로 약 3주간 병원신세를 지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어느 질병이나 전조증상이 있는데 구안와사에 대해서는 전혀 문외한으로 일이 커진 다음에야 챙기게 되니 아쉽기만 하다.

“센터장님, 눈이 이상해요.”

아침부터 뜨거운 물을 먹었을 때처럼 혀가 얼얼하면서 감각이 무뎌졌고 오전 내내 좌측 귀 뒷부분이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이 통증이 있었으며 오후에는 한쪽 눈에 이물질이 들어간 것처럼 아프고 시렸는데 직원이 대화중에 내 얼굴을 보며 눈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퇴근 후 양치를 하는데 물이 다른 곳으로 뻗쳐나간다. 그 이후는 거의 멘붕상태의 연속이다. 다음 날 새벽에 성모병원 응급실에 자진 입원 후 세시간동안 검진을 받고 3일분의 약 봉지를 받고 귀가,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한방병원에 입원하고서야 입이 돌아가는 병에 결렸음을 실감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구안와사는 연간 20만 명이 고통 받는 병으로 인구 255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구안와사는 보통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말초신경 중 7번 안면신경에 이상이 생겨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것이다. 증상은 얼굴의 한쪽이 감각이 없고 마비가 되면서 침을 흘리거나 눈물이 흘러내리기도 한다. 또 눈이나 입을 쉽게 움직일 수 없다. 바이러스로 인한 안면신경염증은 심할 경우 귀 주위에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대부분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지만 치료를 미루다간 안면비대칭을 포함해 다양한 후유증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구안와사의 원인은 과로 및 수면부족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면역력 저하 그리고 장시간 찬 바람에 노출되거나 얼굴을 차게 한 상태에서 잠을 잘 경우 발병된다. 가끔은 대상포진이나 류마티스성 염증 외상으로 인해 감염 외이도염이나 중이염이 생겨 발생하기도 한다.

안면마비 증상이 나타나면 중풍을 의심하는 사람도 있는데 차이점은 중풍은 뇌졸중·뇌종양으로 인한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로써 때는 전두근이 마비되지 않아 양측의 이마에 주름을 잡는 것이 가능하고 양쪽 눈을 다 감을 수 있다. 하지만 구안와사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마비된 쪽의 이마 주름을 잡을 수 없고 눈을 감을 수도 없다.

치료는 양방과 한방에 약간은 차이가 있다. 양방 치료는 안면신경의 염증과 부기를 줄이기 위해 ‘스테로이드’라 불리는 부신피질호르몬제를 사용하고, 재활치료를 통해 신경전도 장애를 회복시킨다. 안면근육을 움직이는 훈련도 중요히 여긴다. 반면 한방에서는 침치료를 이용하여 안면마비 부위의 주위와 반대편에 기를 소통시키면서 신경 반사나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효과를 노린다.

그리고 양방처럼 마사지를 하거나 자외선 조사 등의 물리치료도 병행한다. 공통점은 안면신경의 경로가 일치한다는 것으로, 한방은 침과 도수치료, 양방은 약물과 재활치료를 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골든타임은 초기발병 후 2주로 얼마나 빨리 치료를 시작하냐에 따라 회복의 결과가 달라지는데 3주째부터는 서서히 호전되고 약 2~3개월 후에는 거의 회복된다.

필자가 입원한 바를정 한방병원의 일상은 침치료와 도수치료, 그리고 한약복용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침은 오전에는 약침과 일반 침 20여대, 오후에는 무시무시한 매선침과 일반 침 20여대가 얼굴과 손과 발에 사정없이(?) 꽂힌다. 문헌을 찾아보니 약침이란 한약재를 정제 추출한 약물을 통증이 있는 부위의 경혈에 주입하여 약물의 치료 효과와 침의 지속적인 자극효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치료법이고, 매선침은 실 모양의 단백질을 몸 안에다 삽입하면서 근육이 당김효과를 보는 치료법이다. 침의 크기에 따라 4cm, 6cm, 9cm로 나뉘고 삽입된 실은 일정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녹게 된다.

“아프시죠? 아마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픔에 대한 기억 때문에 더 아파질 겁니다. 그래도 견디셔야 해요” 담당 의사가 안쓰러운 듯 매선침 6개를 놓고 일반 침은 5개로 끝을 낸다. 평소에는 일반침 20여개가 사정없이 얼굴에 냅다 꽂히는 데 오늘은 몇 개로 그치니 감동과 감격, 그리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뇌의 가소성으로 인해 얼마든지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으니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 따뜻한 베테랑 도수치료 팀장의 말에 큰 위안을 얻는다.

마음의 평안은 회복의 속도와 정비례 한다. 구성원 모두 가족처럼 행동 하나하나에 진심이 배어 있어 곧 완치될 것만 같은 느낌이다.

스트레스의 원인은 욕심이다. 반드시 해야 할 것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이고 꼭 피해야 할 것은 욕심이다.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훅 들어온 구안와사로 인해 이제는 과하지 않게 정리된 일들만 개입하는 현명함을 가져야 한다는 교훈을 아프게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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