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데인’ 문제는 지역의 관심이 답이다
상태바
‘한데인’ 문제는 지역의 관심이 답이다
  • 한북신문
  • 승인 2023.06.16 09: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집도 없이 길거리에서 잠을 청하는 사람들은 하고싶은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신체 건강한 사람이 저런 행색으로 삶을 포기한 듯 본능적인 행동만을 하고 있는가 정말 궁금했다.

그러다가 노숙인들을 관리하는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의 시설장을 맡으면서 어느 한켠엔 비하적인 편견을 갖고 의문점을 던졌던 내가 한없이 부끄럽고 죄송했다. 그 분들은 우리 잣대로 생각하는 고통이 아닌, 그 누구도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단단한 돌처럼 꽉 조여진 풀리지 않는 매듭을 갖고 있었다.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한 상태인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한 달 전에는 한 청년이 방이 두 개인 빌라로 특별한 이사를 했다. 어릴 적 앓은 뇌성마비로 인해 불편해 진 몸으로 주유소 알바, 용접일 등 쉬지 않고 일하면서 20년가량 8000만 원이란 돈을 모았는데 간암 말기 아버지의 병원비로 전부 써 버렸고 그 보람도 없이 아버지를 보내드린 후 삶의 이유조차 잃어버린 채 2년을 아무 생각 없이 살다 사회복지시설을 전전하면서 우리 센터까지 오게 되었다.

센터의 자활사업에 참여하면서 규칙적인 생활을 시작하였고 드디어 2년 만에 주거지원사업을 통해 혼자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다.

요즘 이 청년은 자립을 위해 지역자활센터 편의점의 일원으로 새벽 5시에 아침을 시작하고 있는 중으로, 웃는 모습이 참으로 예쁜 40대 중반의 청년이다.

“센터장님! 요즘 후원물품을 인수해 가라는 메시지를 계속 드리고 있는데 신청을 안하셔서요, 혹시 무슨 사정이 있나 전화 드렸습니다.”

오늘 오전에 걸려 온 (사)전국노숙인협회 회장의 전화이다. 서로 가져가려고 안달인데 의정부는 신청조차 안 해서 직접 전화를 하셨단다. 희망회복센터는 그 어느기관보다도 앞서가는 모든 행사에 적극적인 모범기관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는데 유독 후원물품 인수에 대해서는 전혀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는 지역의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괜찮다면서 다른 곳에 드리라고 했더니 엄청 부러워하는 표정이다.

올해에는 정말로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길거리 한데인과 고시원 등 비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풍족하게 나눔할 수 있었다.

“센터장님~ 김치 필요하시죠? 김장김치를 나눔했는데 못 드린 것이 맘에 걸려서요. 새로 담가 전달해 드리려구요” 바로 김치 60kg과 컵라면 300개를 주셨다. 흥선동 새마을부녀회로 지난 여름 경기도자원봉사센터 기금지원으로 불고기와 고추장, 열무김치 나눔을 하면서 인연이 되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귀한 밑반찬을 전해 주신다.

의정부 제일시장 내 소상공인분들은 지난 8월부터 월 2회 수 십 가지의 밑반찬을 보내 주신다. 이는 당일 우리 센터를 이용하는 한데인들과 고시원이라 불리우는 비주택에 거주하시는 분들에게 전달해 드리는데 만족도가 최상이다.

“센터장님~ 생일선물을 받았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문자 드렸어요”라며 쥬스로 행복냉장고를 가득 채워 주신 ‘숙자매와 둘사랑봉사단’ 단장님은 지난 해 고독사 예방을 위한 밑반찬 전달 봉사를 해 주신 분이다.

쑥개떡을 직접 만들어 컵라면과 함께 보내준 고양시의 원당제일교회 소망여신도회 할머니봉사단은 10년이상을 활동한 후 이제는 연세가 들어 힘에 부쳐 더 이상 활동을 못하고 마지막 먹거리를 우리 센터에 주신다고 했을 때 가슴 찡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4식구가 함께 의견을 모아 선뜻 500만 원을 기부해 주신 의정부상공회 박길재 국장 가족도 너무 감사하다.

또한 고가의 한겨울 외투를 20벌이나 전달해 주신 국제라이온스협회 354-H지구 2지역 3지대 봉사 권순옥 회장은 지난해 파워라이온스클럽 회장일 때의 인연이 쭉 이어져 오는 중이다.

떡과 밑반찬을 직접 만들어 전달해 주시는 무지개봉사단 이애란 단장은 양이 너무 적다며 항상 겸손해 하시는 분이다. 이 밖에도 70여개소의 지역에서 직간접으로 귀한 지원을 해 주셨다.

필자는 센터를 운영하면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 의정부의 노숙인센터는 지역과 함께하는 차별된 운영으로 정평이 나 있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는 전적으로 지역의 힘의 결과이다.

30개월 만에 얻은 답은 수혜자인 한데인들에게 묻어나오는 진실된 고마움이고 감동이며 받는 물건들에 대한 고귀함이다. 그런데 그렇게 바뀌고 있다. 먹거리나 의류 등 물품을 대하는 모습들이 정말 진지하고 고마움이 묻어나며 진정성이 그대로 느껴진다.

차기년도에는 이를 토대로 먹거리 욕구를 넘어 또 다른 영역에서의 만족도를 찾도록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