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철 체험과 문화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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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철 체험과 문화회복
  • 한북신문
  • 승인 2023.06.0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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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누구에게나 고유의 문화가 있다. 이것을 우리는 전통, 관습, 가풍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12월24일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아니 우리 기준에서는 그냥 일상 중의 하나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이다. 그러나 한데인(노숙인)이라는 호칭을 가진 분들에겐 특별한 시간으로 기억에 남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계획하였다.

‘경전철 체험’이다.

코로나 시국임을 고려하여 4명을 1개조로 하여 오전과 오후 두 번 진행을 하였다. 의정부 경전철은 발곡역에서 시작하여 고산역에서 끝난다. 직접 매표를 하고 창문너머로 보이는 의정부의 전경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후속 프로그램으로는 ‘소풍가는 길’ 신미희 단장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음악감상을 하는 시간이다. 산타모자를 쓰고 직접 장단에 맞춰 타악기도 두드려 보면서 정말 즐거워하신다. 깜짝선물로 커다란 빨간 양말에 담긴 간식거리 선물을 받고는 마음이 찡한지 한참을 들고 계신다. 그런 후에는 큼지막한 갈비탕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숙소로 귀가하였다.

오후 팀은 경전철 체험 후 예쁜 손글씨의 으뜸인 ‘담은 캘리그래피’ 작품실에 가서 정성드려 글씨를 쓰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서로 교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한 분은 고이 접은 카드를 신희찬 대표에게 전달한다.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글씨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선하게 만드는 것 같다’라는 소감까지 나왔다.

행사의 마지막은 역시 먹거리로 낙지볶음으로 이어졌다. 정말 편하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진작 이러한 기회를 만들지 못함이 미안하기만 했다.

누구에게나 문화는 존재한다.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음악회에 가서 연주회도 듣고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해 주고 장례식장에 가서는 같이 슬퍼하는 이 모든 것들이 우리의 문화이다. 그런데 한데인들에게는 이것조차 사치인 것으로 보인다.

“생전 처음으로 경전철이라는 것도 타 보았고, 점심으로 나온 갈비탕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하루종일 행복했다.” 고산동 지인 집에 거주하다가 센터로 입소하신 황OO님이다.

“의욕조차 없는 상태였고 심리정서안정 프로그램을 한다고 했을 때 엄청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전문 심리상담과 뇌파상담, 그리고 음악과 손글씨 등의 수업에 참여하면서 생활의 활력소가 되었고, 여러가지로 동기부여가 되었다. 개인사정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온 것 같은데, 그런 부분들을 잘 풀 수 있는 시간이었다.” 2020년 여름 최악의 건강상태로 입소한 후 재활시설로 연계되어 1년동안 계시다가 지난해 여름에 다시 오신 정OO님이다.

“낮아진 하늘만큼 가라앉은 기분으로 시작된 오후 나들이는 멋진 추억을 남겨 주었고, 마음한켠 작은 모닥불이 지펴진 듯 온기가 밀려왔다. 평범한 경전철 타기에서도 순간 순간 홀로가 아님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없이 쌓여진 경이로운 손글씨의 아름다움을 경탄하며 사람의 향기,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나이도 제법 들었고, 경험도 넉넉했다 생각했건만, 그것은 나누지 않고 홀로 갖고 만족했던 교만이었음을 아는, 그래서 부끄러워졌던 시간이기도 했다. 많이 가져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많이 나누어서 오히려 풍요해질 수 있음을 그분들께 배웠던 하루였다.” 공학박사와 대학교수가 꿈이었던, 박OO님이다. 항상 책을 끼고 생활하시는, 여기서는 특이하게 보일 수도 있는 분이다.

“이곳에 와서 진행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인해 제 생각이 많이 바뀌어 좋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특히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나는 모든 것이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좋았다. 다시 사회로 나아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항상 조용하게 지내시는 샌님 선OO님이다.

“희망회복지원센터에 온 지도 열흘이 다 되어 간다. 갈 곳이 없어서 얼떨결에 찾아간 주민센터 복지사의 조언으로 들어와서 처음에는 얼떨떨 했지만 주위 분들과 룸메이트 분들이 잘 케어해 주셔서 잘 지내고 있다. 커다란 빨간 양말 속에 잔뜩 간식거리가 든 선물을 받았다. 이제껏 선물이라는 것은 주기만 했지 받아보는 건 난생 처음이었고, 산타 고깔도 처음이었다. 신미희단장님도 감동 받으시는 것 같았고 저도 순간 울컥했다. 생전 처음 피아노 치는 선생님 앞에서 같이 음악도 해 보고, 제게는 잊지 못할 힐링의 시간이었다.” 고시원비가 없어서 쫓겨난 후 길에서 쓰러져 있다가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입소하신 한OO님이다.

‘경전철 체험’ 정말 고민을 많이 하다가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함께 하는 시간 내내 이웃들의 사람사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화를 회복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자격을 회복하는 일이다.

“나는 아직 괜찮고, 더 괜찮아 질꺼야”라는 독백이 너무 간절해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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