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청소년과 버킷리스트
상태바
학폭 청소년과 버킷리스트
  • 한북신문
  • 승인 2023.06.03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청소년기를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한마디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시기이다.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도 아닌 말 그대로 어중간한 시기로, 성인이 되기 위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과업이 주어져야 하는 시기이다.

청소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찾는 것과 자신감을 높여주는 일이다.

‘친구들이랑 여행가기, 자취해보기, 축구선수 만나보기, 친구들이랑 살아보기, 번지점프 타보기, 롤 실버 가기, 부모님한테 효도하기…’

내담자는 학교폭력 피해 남자 중학생으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 10개 이상 작성하기’버킷리스트 과제의 답이다.

“하나하나 생각해 보자. 먼저 친구들이랑 여행가기인데 친구 누구누구니? 한명인데요. 그럼 친구들이 아니라 친구네, 네 맞아요. 그러면 잘 못 썼네. 그러네요.”

여행의 목적지와 시기, 비용 등으로 이어지자 지금은 전혀 실현 가능성이 없고 나중에 사회인이 되어 스스로 경제활동이 가능할 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부모님한테 효도하기’에서는 엄마는 안 계시고, 할머니와 아빠 등 세 식구만 함께 사는 것도 확인되었다. 결국 남은 것은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비디오 게임에서 실버등급을 받는 것이다. 우리나라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이 2020년 기준 46.32%로 많은 학생들이 선호하고 있다. 등급은 가장 낮은 아이언부터 가장 높은 챌린저까지 9단계로 나뉜다. 실버등급은 밑에서 세 번째이다. 내담자는 현재 브론즈 등급으로 바로 위 실버등급을 원하고 있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대부분의 친구들이 실버등급이라 본인도 해 보고 싶단다. 하고자 하는 욕구가 대단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니 일단은 컴퓨터를 사용해야 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부모님의 허락이 우선이다.

작전을 세웠다. 우선 부모님을 설득해야 하니까 실버등급을 따야 하는 이유와 총 투자시간, 1일 투자시간, 컴퓨터 사용시간 등을 작성해서 다시 논의하자고 했다.

위 학생의 뇌기능검사는 조금 충격적이다. 학습이나 가족 등의 좌뇌의 기능은 누적된 스트레스는 있으나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이고 무엇보다 자기조절이 되는 중이다. 그러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우뇌는 극도의 불안으로 감정기복이 심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정신적인 혼란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어 있다.

행동의 세기와 의식, 전의식, 무의식 모두 대인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꽉 차 있다. 결국은 사람에 대한 불신감의 경향까지 보인다. 정서적으로는 과장된 명랑으로 포장하며 남에게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깊이는 없다. 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에너지는 완전 바닥으로 불면을 경험 중이며 자존감과 자신감도 저하되어 있는 상태다.

우선은 친구들과의 관계 회복이 급하다.

뇌기능향상을 위한 뉴로피드백 훈련 중 집중력 향상을 위한 BCI 훈련이 있다. 속칭 ‘뇌파 차’로 불리우는 기기로 집중뇌파인 β파(베타파)가 나오면 조그만 장난감 차가 레일을 따라 움직이게 된다. 이 때의 느낌을 기억하게 하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과학적이며 고차원적인 훈련이다.

내담 학생은 처음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오늘은 두 세 바퀴를 거침없이 달린다. 물론 훈련 담당 선생님의 지원은 있었다. 가장 좋았을 때를 물어보니 축구시합에서 골을 넣었을 때라고 한다. 신기하게도 그 생각을 하게 하면 차가 움직인다. 반복적인 훈련을 하니 그 다음단계인 ‘가다 서다’를 조절하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다음 회기 때는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 중이다. 혼자만 했던 것을 동료 학생 5명과 함께 하는 것이다. 뇌파차를 중심으로 빙 둘러앉아 한 명씩 경기를 할 것이다. 당연히 미리 훈련을 한 내담학생이 뛰어난 실력을 보여줄 것이다.

버킷리스트는 주제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일이 있는데 흔히 이것을 혼동할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것을 구분하지 않고 욕구로만 갖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결론은 ‘왜 나는 이렇게 힘만 들까?’ 라는 자책감이고 이것이 누적되면 무력감, 무기력으로 가게 된다. 열정은 욕구이고 적당히 존재할 때 하고자 하는 의욕이 지속되고 의도한 결과로 이어진다.

그러나 과하면 욕심이 되고 전혀 감당하지 못하는 결과로 무기력과 불면, 그리고 우울로 이어진다. 따라서 현실적이고 명확한 계획의 수립과 이것에 맞는 실천이 필요하다.

흔히 ‘뇌를 속이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즐겁다고 생각하면 즐거워 진다. 아니 즐거움을 의미하는 α파(알파파)가 출현하게 된다.

버킷리스트는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인지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즐거워하는 방법을 알고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해 본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