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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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의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
  • 한북신문
  • 승인 2023.06.0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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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김충식 의정부시 희망회복종합지원센터장 뇌과학박사.교육학박사

 

“제일 싫은 게 아무도 없는 불 꺼진 집에 가서 전등과 보일러를 켜는 일이에요”

날씨가 쌀쌀해 지는 11월 초순, 아침부터 시작되는 강의를 끝내고 파김치가 되어 집에 가면 밤 11시가 조금 지나게 되고, 불 꺼진 원룸 현관문을 열면 후-욱 하니 찬 공기가 얼굴에 느껴지는데 정말 싫었다.

처음 대학강의를 지방에서 시작하다 보니 가끔씩 주말을 원룸 빈방에서 지내곤 했는데, 그때마다 절절한 외로움을 피부로 체감했었다.

그마나 서울에 집이 있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정말로 오갈데가 없는 현실이라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휠체어 밀고 다니는 아주머니를 본 적은 있는데…. 친하게 지내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이웃들에게 이OO님(52·여)은 흐릿한 기억 속에만 남아 있었다. 아무도 모르게 숨진 사실도 2주가 지나서야 알려졌다. 그마저도 코를 찌르는 악취 때문이었다. 이OO님은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 절단 수술을 받은 장애인이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서울시내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견되었는데, 발견 당시 뼈가 보일 정도로 시신의 부패가 진행되어 있었다. 그가 홀로 살게 된 건 15년 전쯤 가정폭력을 일삼던 남편과 이혼한 뒤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다른 가족도, 특별히 친한 지인 등과의 돈독한 연결망 없이 홀로 살았고, 갑작스레 외로운 죽음을 맞았다.

“옆집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요”

서울시 OO구에 사는 김OO님(62세)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건 지난 4월 중순이었다. 다세대주택에 사는 그는 그날 집주인에게 4월분 월세를 냈는데, 이후 그를 본 사람도 집에 찾아온 사람도 없었다.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중순에서야 다시 모습을 드러냈고 존재를 알린 건 악취였다. 집주인은 ‘냄새가 난다’는 다른 세입자 말에 살고 있던 집을 들여다보게 되었고 빙초산 원액이 절반가량 남아 있는 병 옆에 시신으로 변해있는 김OO님을 발견했다. 음독으로 추정되지만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인은 알 수 없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수소문해 찾은 형은 “서로 안 보고 산 게 20~30년 됐습니다. 사체를 포기합니다”고 했다.

“방OO님(남, 52세)은 지난 주 벽제 화장장(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되어 무연고자 유골처리(흐르는 물에 뿌리는...) 되었다고 OO시청 무한돌봄팀에 확인 하였습니다.”

지난 5월 초 찢어진 눈두덩이를 얼기설기 꿰맨 상태로 경찰관이 동행해서 입소한 50대 초반의 애달픈 중년이다. 간과 췌장이 망가져 얼굴마저 흑색이라 바짝 긴장하며 재활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였다. 담배값을 벌겠다고 종이봉투 접는 일을 새벽까지 몰입해서 지적을 받기도 했고, 본인만 일을 주지 않는다고 심통을 부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한 달 반 만에 다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고 결국 진료 받으러 간 날 중환자실에 바로 입원처리 되었으며 세 번의 큰 수술 끝에 한 달 전 사망하고 말았다. 가족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오랜 세월 왕래가 끊긴 탓에 면회도 외면당하고 결국은 무연고 처리되었다.

주황색 웃옷을 입고 열심히 종이봉투를 접으며 가끔씩 뒤돌아보고 계면쩍게 웃던 모습이 강하게 남아있다. 올해 5번째로 노숙인의 죽음을 본다.

지난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행정통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소득이 없거나 1000만원 미만인 인구는 모두 961만여 명으로 전체 중장년층의 48.9%로 조사되었다.

또한 서울복지재단의 발표 자료(2016년)에 의하면 서울시 고독사 확실사례 162건 중 50대가 35.8%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19.8%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부산시는 2017년 이후 고독사 사망자 91명 중 45명이 장년층(50~64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50대는 22.5%, 60대는 27.5%였다. 그 중 사망자의 72%는 남성이었다.

직장이라는 공간에서 거의 모든 사회적 관계가 이뤄졌던 국내 남성들은 일터에서 퇴출되면 주변과의 관계가 끊어져 우울감과 고독감을 느끼게 된다. 노인처럼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인식되지도 않기 때문에 빈곤 중장년층은 제도적 혜택을 받기도 어려운 것이 현재 우리의 실정이다.

슬프게도 우리 사회에서는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무연고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

연(緣)이 없는 죽음이다.

인간은 존엄한 존재이다. 그리고 인생이란 인간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스스로 기획하고 조각할 수 있는 자격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야 할 모둠체이자 가치를 추구할 줄 아는 객체들이 모인 존귀한 집단이다. 따라서 모두가 더불어 행복을 만끽하며 후회 없는 삶을 누리는 사회이자 이웃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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