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복원(復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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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복원(復元)
  • 한북신문
  • 승인 2022.08.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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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고려를 찾았던 송(宋)의 사신 서긍(徐兢)은 1123년에 저술하여 남긴 기행문 <고려도경>에서 고려의 청자를 극찬하지만 단지 ‘순청자(純靑磁)’에 한할 뿐 정작 상감청자(象嵌靑磁)는 언급하지 않고 있고 비슷한 시기인 1146년에 조성된 고려 인종의 <장릉(長陵)>에서도 상감청자는 출토되지 않는다. 1159년에 세상을 떠난 문공유의 무덤에서는 ‘청자상감보상당초문 대접’이 출토되고 있어 고려 상감청자의 출현 시기를 대략 1100년대 중반으로 잠정하고 있다.

반 건조된 그릇 표면에 얇게 무늬를 음각한 후 그 안을 백토나 흑토로 채워 초벌 구이한 후 다시 청자 유약을 발라 재벌 구워 만드는 이 놀라운 도자기는 형태와 무늬의 아름다움으로 인하여 진작부터 세계에 우리나라 문화재의 우수함과 특별함을 널리 각인시켜 왔다.

그러다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백자가 청자를 대신하게 되면서 청자의 유약과 가마구성, 소성 온도 등 일체의 제조비법을 잊어버리게 되고 현대에 와서 다시 이 고려청자를 재현하는 일에 여러 도공들이 생애를 걸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여러 군데에서 청자를 다시 재현하는 데 성공하였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된다.

문제는 이제와 그 그릇을 당시의 기법 그대로 다시 재현한들 이미 600년 전의 그 미감이 우리의 지금 세대에도 그대로 공감되며 그 그릇이 당시처럼 우리의 실생활에 그대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일까? 고려의 청자 매병에 꽃을 꼽고 청자 주전자에 술을 데우고 청자 잔에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을까?

2009년 11월20일 정부는 이미 고궁이나 박물관에서 행사나 연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바 있는데 정작 2022년 한미 정상회담 축하 연회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할 때 음식물 반입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전 시대의 문화재를 현시대에 재현, 복구하면서 정작 그 용도는 설계하지 않은 결과이다. 봉건왕조였던 조선왕조의 궁궐을 복원하는 일이 의미 없지는 않다하여도 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이 궁궐 건물을 복원하여 어떤 용도로 사용할까하는 기초적인 물음을 묵과하였던 것이다.

무솔리니는 자신의 독재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로마제국의 영광을 재현하는데 몰두하였고 이를 위하여 그는 로마 시 전체를 파 일구어 옛 로마제국의 건축물들을 발굴하였다.

그 결과 로마제국 이후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건설되었던 로마의 도시문명은 철저히 파괴되어 버렸다. 로마 시는 로마시대의 전유물이 아닌 오랜 세월이 함께 축적한 도시임을 철저히 무시한 결과였다.

의정부시의 옛 미군 기지를 다시 활용하는 일에 대한 다양한 의론이 있다. 지난 역사를 보존, 복원하는 일과 의정부 시민의 현재의 삶을 여하히 실용적으로 종합하고 활용할 것인가? 깊은 통찰과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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