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아이들도 재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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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아이들도 재난 중이다
  • 한북신문
  • 승인 2021.08.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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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문화공간 협동조합 이사장

같은 학년 중학생으로 구성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매주 톡콘클래스를 진행해왔다. 벌써 1년하고도 반년이 더 지났고, 아이들은 2주간의 기말 수행평가를 치른 후 여름방학을 맞았다.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곤 했을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무슨 변고라도 나기를 바라곤 했던 학창 시절의 부질없던 바람이, 이 아이들에게는 일어나고 말았다.

지난 중간수행평가는 취소가 되었고 이번 기말수행평가는 시험 도중 연기되었다. 시험 첫날, 등교했던 아이들이 시험을 치르다 말고 이유를 모른 채 귀가하였고 이후 시험은 무기한 연기된다는 안내 문자만 받은 상황에서 그날 저녁이 되어서야 뉴스를 통해 전후사정을 알게 되었다.

일명 ‘홍대발 원어민강사 코로나19 집단감염’이었고, 다시 4차 유행 확산을 걱정하게 된 순간이었다.

시험이 스트레스가 아닌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아무리 일정이 연기가 되었다 한들 완전히 취소된 것은 아니니, 언제 다시 치를지 모를 시험에 대한 긴장감은 늦출 수가 없어 오히려 힘든 일주일을 아이들은 더 보낸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후 맞게 된 중학생으로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방학. 어떻게 보낼 계획이냐고 묻는데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 방학이라고 해서 그들의 생활이 학기 중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이 코로나19 상황은 아이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아이들의 일상이, 아이들의 가장 예민하고도 반짝이는 마음이, 그래서 이 시기에 나눈 특별한 우정과 감성이 바탕이 되어 성장한 자아의식과 기억으로 평생 자기 자신을 다독이며 사랑할 자산이 될 이 시간이 온통 비대면으로 지나가고 있다.

아이가 있는 맞벌이부부 가정에서는 평일 저녁시간과 휴일 가사노동으로 부부간 신경전을 벌이는 수준을 넘어 등교하지 않는 아이를 위해 자연스레 여성이 전업주부가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에 준하는 돌봄 가사가 부가되고 더불어 아이들도 각자 집에서 스스로를 혼자 돌보아야 한다. 2년째가 되면 모두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여전히 쌓이는 일회용 쓰레기를 처리할 때마다 이 상황이 곧 종료될 임시 상황이라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 모든 것이 특정된 그 누구의 잘못이 아님을 안다. 그리고 나의 잘못이 아님에도 이 상황을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모두가 함께 어려움을 나눠 견뎌내야 한다. 국민재난소득, 긴급재난지원금 등 기본소득 개념에서 출발한 경제 방역정책이 보상의 의미를 포함하는 이유다.

세월호를 보냈기에 초등학생 때도 수학여행의 추억이 없는 아이들이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교복을 입고 제대로 등교하며 학창 시절을 경험한 것이 겨우 1년. 아마 중학생 친구들과 여럿이 어울려 떠나는 여행의 추억도 없을 것이다.

이 고통의 시간을 견뎌주는 모든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보상을 논의하면서 우리의 미래세대가 빈곤한 정서적 유대와 일천한 인문적 경험에 놓이지 않도록 개별성을 충분히 고려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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