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부터 얻어야 하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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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부터 얻어야 하는 교훈
  • 관리자
  • 승인 2019.02.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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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희주 논설위원·글과생각 대표

얼마 전 모임에서 미스터 션샤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것이 작년에 꽤 인기 있는 드라마 제목이었음을 처음 들었다.
종영된 드라마를 보면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8년 인기를 끌었던 몇몇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 ‘친애하는 판사님께’, ‘언터처블’, ‘이판사판등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미약한 이들에 의한 정의실현에 관한 이야기다. 적극적으로 정치적 의사표시는 하지 않으며 사는 보통소시민의 속내에도 이런 갈망은 계속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직업은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고 한 인간으로서 모두 소모품이나 도구, 케이스로 취급하지 않고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 또한 정의를 세우기 위해 위임된 권위는 그 개인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며, 권력을 쥔 자리는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람의 인생이 걸린 일을 다루기 때문에 그 권한만큼이나 더 진지하게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의 실마리 중에 꼭 살아남으라는 대사가 자주 귀에 걸린다.
뻔히 살아남기 어려운 일을 하면서 살아남으라니? 어떻게 사는 것이 제대로 살아남는 것일까?
모두가 계란으로 바위를 부숴버릴 수 없음을 이미 잘 알지만, 아무 의미없는 희생에 머물지 않을 것을 믿는다. 그들의 행위가 세상의 변화를 조금씩 이끌어가는 시발로써 침묵하고 있는 대중을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을, 그래서 오늘의 우리와 내일의 사람들이 선택의 갈림길에서 번민하며 주저하면서도 종국은 용기를 내어 더 나은 선택을 하게 되는 힘이 되어 왔음을 믿는다. 그래야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에 서게 될 것을 안다.
나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일을 할 수는 있다. 그런 일이 쌓이고 시간이 누적되면 세상도 바뀌는 날이 올 것이다.
일제강점기. 시류에 편승해 영리하고 이기적인 그들은 탁월한 처세와 선택으로 당대에 일신의 안락을 누렸고,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과거로 그 후손 역시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다. 아무리 늦더라도 반드시 찾아가서 처단할 것이라는 의열단원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리며 이제는 해묵은 과제를 해치워야 하지 않나 싶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과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할 것이고, 지켜야만 하는 가치를 저버리는 선택의 순간에서조차 주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는데 힘겨운 이유는 이런 선택의 순간, 먹고 사는 문제라 합리화하며 공생의 길을 저버렸던 찰나의 안위를 좇았던 탓은 아닌가?
삶을 부끄럽지 않게 사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대가를 치르며 산다.
곧잘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말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적어도 부끄러워하며 살아가면서 그 선택에 책임을 질 기회를 주어야만 한다. 쉬이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민족을 배반하고 얻은 기득권이라면 더이상 이 땅에 머물며 부끄럼조차 느끼지 않고 살게 해서는 안 된다. 의열단 방식의 처단은 아니어도 반드시 그 과거 선택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만 비로소 나와 아이들이 정의에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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