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 사고 피해, 증거부터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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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 사고 피해, 증거부터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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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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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논설위원·국민대학교 겸임교수 ·손해사정사
10년 전 한 청년이 친구들과 스노보드를 타러간다고 12일로 길을 나섰다. 리프트에 오른 청년은 안전모를 쓰지 않고 올라갔다. 친구들은 먼저 내려와서 그 청년을 기다렸지만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내려오지 않아 다시 올라가 봤고 그 청년은 슬로프 중간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이후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두개골의 함몰골절로 뇌출혈이 심해 결국 식물인간 상태에 이르게 된 사고였다.
그 청년의 부모는 리조트 측의 관리감독상의 하자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후 보험회사에서 조사를 나왔고 필자는 그 청년 측에서 업무를 의뢰받아서 사건을 진행했다.
필자가 주장하는 리조트의 과실은 두 가지였다.
첫째는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스키장에서 운영하는 리프트는 타는 곳과 내리는 곳에서 안전요원이 이용객을 관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피해 청년은 사고당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는데 만약 리프트 탑승 입구에 안전요원이 있었다면 리프트 이용을 제한했을 것이고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의 피해만 입었을 수 있음에도 안전요원의 부재로 인해 손해가 발생했으니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둘째는 스키장 슬로프의 상태였다. 그날 새벽 소량의 비가 왔고 친구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 슬로프는 빙질이 많아 상당히 미끄러운 상태였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스키장측의 관리감독상 책임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당시 근무하던 손해사정회사는 소송대리권이 없어 법률사무소를 통해 소송을 진행해야 했고 필자의 손을 떠났는데 이후 2년이 지나서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법원에서는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은 인정되나 이는 행정상 제재 사유일 뿐 이를 이유로 민사상 책임이 있다고 볼수 없고 슬로프의 상태가 불량했음을 입증하는 사진은 사고 당일이 아닌 며칠이 지난 이후의 사진이므로 증거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해자 측이 패소했다는 것이었다.
현재 법원의 태도는 대부분 이와 다르지 않다. 피해자가 배상을 받고 싶으면 어떻게든 가해자의 과실을 입증할만한 증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식이다. 만약 겨울철 스키장 사고로 나 또는 주변사람이 상해를 입게 된다면 꼭 사고당시 증거를 챙겨두는 것이 좋다.

어차피 레저업체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나올 확률이 높고 법원에서는 피해자에게 업체의 과실을 입증하라고 하기 때문이다. 항상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배상받을 수 있다는 점, 이것이 대한민국 배상의 현주소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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