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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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묻은 개와 겨 묻은 개
  • 관리자
  • 승인 2017.11.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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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신한대학교 교수

요즘 라디오 방송을 듣다 보면 진행자나 초대 손님의 신변잡기 이야기가 재밌기도 하지만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더 많아 그럴 때마다 채널을 돌리는 수고를 하게 된다.

필자는 주로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해 수다스러운 신변잡기 방송은 잘 안듣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음악만 들려주는 프로가 있어 이것도 괜찮네하는 생각으로 귀 호사를 누리고 있다.

다만 중간 중간에 방송사의 사정으로 인해 음악만 내보내니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란다는 멘트가 귀에 거슬린다. MBC 방송이다. KBS도 파업 중이다. 주말마다 소파 위에서 뒹굴거리는 즐거움을 잃은 지도 두 달이나 되었다.
방송을 국민의 것이라 떠들면서 실제로는 자신들의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몰염치한 잔당들에 의해 나의 저녁과 주말은 재미를 잃었다. 그 잔당들의 버티기와 이제는 제대로 해보겠다는 노조의 파업에 나의 주말이 저당 잡힌 것이다. 노사가 그리고 여야가 서로 잘못한다며 자신의 입장을 항변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노사분쟁이나 수준 낮은 정치논쟁을 떠나 어쨌든 국민의 방송을 이정도로 망가뜨려 놓았으면 누군가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똥배짱과 버티기로 이어지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배째라 식의 행태가 가능한 것은 촛불시위로 얻어진 더 높아진 민주화 의식 덕분이다. 비민주적 작태로 공분을 산 사람들이 촛불로 인한 민주화 덕으로 비양심적 주장을 당당히 하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전래동화는 누구나 다 아는 동화이다.

동화 말미에 욕심이 과한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타고 올라가다가 수수밭에 떨어져 피로 수수밭은 붉게 물들인다. 이분들 역시 내가 죽더라도 그냥 죽을 수 없다는 과한 욕심으로 썩은 동아줄을 부여잡고 있다가 떨어지게 되면 세상에 해코지를 하겠다는 해님달님의 못된 호랑이 심보이다.

양심을 던져 버리고 괘변 논리로 억울하다고 항변하면서 비정상적 상황을 유지하려는 태도를 언제까지 보아야 할지 국민들은 짜증스럽다. 언론을 권력의 나팔수 정도로 알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자신들을 억울하게 핍박받고 있는 투사로 항변하면서 현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를 비난하는 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방송당국자들도 문제지만 방송을 자신의 편에 두고 오로지 표몰이만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신봉하는 정치꾼들의 얄팍한 계산이 방송을 호도하며 국민을 더욱 짜증나게 한다. 국민의 깨어있는 의식과 수준을 시험하지 말라는 촛불의 정신을 항상 기억하길 바란다.

언론은 정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이어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정확히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을 갖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와 같은 언론의 본질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방송종사자들의 철저한 반성과 용기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소파에서 뒹굴거리며 아내와 리모콘 전쟁을 벌이는 소소한 저녁의 즐거움을 빨리 돌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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