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理性)’ 빈곤 시대
상태바
‘이성(理性)’ 빈곤 시대
  • 김종보
  • 승인 2017.04.26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보 소설가

전쟁이란 태초에 인간의 욕망이 율법의 울타리를 넘어 발생하였다. 그 궁극적인 목적은 이기적인 행복이었다. 문명이 발전 할수록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먹잇감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절도, 폭력, 사기, 질투, 음모 등, 토막살인 사건이 잊을 만 하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유례없는 국정농단 사태의 쓰나미흔적이 남아서인지, 여전히 거리는 자중과 절제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사회는 변함없이 상실한 정체성에 의해 혼란을 겪고 있고 낮이나 밤이나 인간이기를 포기한 인면수심의 범죄가 발생하면서 어디를 가나 살얼음판 세상이다.


생의 마감이 얼마 안 남은 노인들끼리 사소한 감정싸움으로 인해 친구의 목숨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그 시신을 훼손해 버리는가 하면, 입양한 어린 딸을 학대하다 숨을 거두자 산속으로 들어가 시신을 화장한 천인공노할 사건도 있었다.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심성은 피동적으로 악마의 꼭두각시가 되어 정체성 상실의 원인을 낳는다.
오늘도 보행하는 사람들은 불안한 눈빛들로 가득 차 서로를 믿지 못해 처마 끝에 매달린 ‘CCTV’에 감시당하며 살아가는 불신의 눈초리에 자유를 결박당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하다.

도를 넘은 이성으로 인한 존엄성마저 상실해 증오의 먹잇감을 찾아 대다보니, 교통사고를 위장한 보험사기극에다 시급을 다투는 구급차 안의 어린아이를 위해 길을 비켜 달라 하자 무기를 들고 나오는 세상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 같은 이성’(理性) 빈곤의 거리에 그 누가 영혼을 살찌우는 정치의 단비를 뿌려 줄 것인가.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도 강남의 화려한 불빛은 언제보아도 별천지다. 그 시간 빈부의 차가 심하다는 음지 골목마다 상대적 박탈감에 의한 이성빈곤의 씨앗을 잉태하는 소리에 발 맞춰 또 다른 모습에 방황하는 민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사이 어둠이 짙어질 무렵 이성(理性)’ 잃은 집단들의 성폭행 뉴스가 터져 나오자 거리의 부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우리는 지금 과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성빈곤이 낳은 반란의 현상은 세상 그 어떤 증오심보다 강한 무기로 돌변하게 마련이다. 이쯤이면 인간의 이성상실은 척추 빠진 지렁이며, 더듬이가 잘려 나간 벌레나 다름없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 스스로 절제의 면역을 길러 빈곤해진 이성’(理性)을 살찌우게 하고 상실한 정체성을 회복해야 할 때다. 지금 이성빈곤을 겪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시대의 나침판을 만들어주어야 할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내일은 진정, 이성’(理性)의 치아가 빠져 나간 자리마다 채워 줄, 행복의 씨앗이 가득 담긴 평화의 무기를 들고 거리에 나타 날 위대한 영웅을 만나고 싶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