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觀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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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觀點)
  • 홍정덕
  • 승인 2017.03.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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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서울대학교 김대행 명예교수의 인문학 강의에 나오는 예화(例話)이다.
강연자가 손자와 함께 TV를 보는 중에 문득 손자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할아버지 저기 텔레비에 585가 써져 있다손자의 말을 들은 강연자가 TV를 보니 마침 SBS 채널이 방송되고 있어 화면 한 켠에 <SBS>라는 로고가 나타나 있었는데 아직 한글을 익히지 못하고 숫자만 익힌 어린 손자가 그 SBS 로고를 “585”로 읽었다는 것이다

SBS에스비에스라고만 읽어야 하는가? “585”라고 읽으면 왜 안 되는가? 우리는 이미 사회적인 약속과 정의에 규정되어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 그 강연자의 질문이었고,인상적인 문제 제기였다.

개혁 개방을 막 시작할 무렵 사회주의 중국에서는 바탕에 기독교, 그것도 카톨릭적인 요소가 짙게 깔리고 수녀원을 배경으로 하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유명한 음악영화를 대대적으로 상영한 적이 있었단다.

문화혁명을 밀어붙이며 중국의 모든 전통문화를 적으로 규정하고 파괴하던 마오이즘의 강경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이 왜 종교적이고 전통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의 상영을 허락했을까?


그 이유는 이 영화가 하층민인 견습 수녀가 카톨릭 수도원을 뛰어나와 기득권을 몰아내고 침략자 나치와 싸우는 혁명적이고 애국적이고, 그리고 민중적인 영화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하긴 그렇게 보면 이 영화를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국어사전은 <관점(觀點)>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그 사람이 보고 생각하는 태도나 방향 또는 처지이 정의가 옳다고 모두들 동의한다면 결국 <관점(觀點)>은 전혀 개인적이고 동시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한다. 동시에 남의 관점이 존중되어야 하고 그 다양함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우리 사회 현상은 그렇지 않다. 나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다른 관점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일리가 있으니 그것은 전부이다!” “그 따위로 생각하는 당신은 수구꼴통이다라는 강변이 국민의 뜻이라는 갑옷을 입고 견고히 대로(大路)를 장악하고 있다.

이제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의 관점을 정리해 보자. 나의 관점은 확실한 증거에 근거한 것인가? 그리고 나의 관점과는 다른 관점에도 그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는 것 아닐까?

지금은 강압에 못 이겨 자신이 주장해 오던 지동설이 틀렸다고 인정한 갈릴레오가 재판정을 나서면서 문지기에게 조용히 속삭였다는 그 말 여보게, 그렇지만 지금도 지구는 돌고 있다네!”라는 그 간절한 명언을 조용히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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