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와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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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존재감
  • 서기원
  • 승인 2017.02.21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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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원 의정부의료원 원목
존재와 존재감은 다르다. 존재는 그냥 우리 눈앞의 한 대상으로 있는것이고, 존재감은 한 대상이 나에게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특별한 으로 다가오는 방식으로 있는것이다. 똑 같이 있는 것이기는 해도, 그저 존재하는 것과 힘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 양자는 다르다.

전자의 존재 방식은 아우라(Aura)도 없고, 특별한 분위기와 느낌이 없이 존재하는 것이지만, 후자의 존재 방식은 특정한 타인이나 공동체에게 의미 있게 존재하는 것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상태의 존재 방식이 단순히 그저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없으면 그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의 가치가 더 드러나는 존재방식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 있게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물로 존재하지 않아도 그 부재를 통해서 그 존재감을 과시하는 경우도 있다. 소중한 물건의 상실, 많은 이들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의 죽음은 그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애착 정도에 따라 그 존재감이 달라 질 수 있다.

역사상 위대한 성인들은 죽었지만, 죽어서도 여전히 현대인들에게 말하는 것은 그가 살았을 때 끼쳤던 존재감 때문이다. 그만큼 사람들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면 존재는 언제나 그 존재감으로 인해 존재하는 것이지, 존재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잘 생각해 보면, 인간은 참으로 선하게 존재할 때 진정 존재하는 것이다. 존재감으로 타인 속에서 존재하는 것과, 그냥 존재하는 것에는 분명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악인으로 존재하여 사람들에게 드러나는 존재감은 껍데기 일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다.

구약의 시편에 보면, ‘복 있는 사람에 대한 정의가 나온다.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은 존재가 악인이라면, 냇가에 심어진 나무 같은 사람이 복이 있는 사람이다.

복이 있는 사람이란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다. 없으면,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슬퍼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복이 있는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그 자리에 없으면, 사람들이 오히려 기뻐하는 경우라면, 그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그저 존재할 뿐, 존재감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은 복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적인 생활은 동물적인 본능에 따라 사는 삶이라 할 수 있고, 이것은 그야말로 생명체의 존재를 영위하기 위한 삶이다. 그러나 공적인 삶은 이와 다르다.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미칠 수 있는 힘으로서의 존재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국민을 위한 존재감, 이것이 모든 공직자와 책임을 맡은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것이 헌법1조에 있는 가장 중요한 원칙,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이유이다. 특정 개인을 위한 공화국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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