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 떠오른 丁酉年의 해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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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 떠오른 丁酉年의 해오름
  • 조용만
  • 승인 2017.01.2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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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만 논설위원·상명대 국방정책학 교수


새해의 해오름을 맞이하기 위하여 집근처 야산에 올랐다. 정유년의 시작을 알리는 태양은 안개 속에 길을 찾는 듯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창피했던 병신년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참 만에 머리 위로 모습을 드러낸 정유년의 태양은 대한반도의 안개 상황을 이렇게 말해 주는 듯 했다.

첫째, 북한의 안개다. 김정은은 201656일부터 9일까지 실시한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조선로동당 위원장이라는 새로운 모자를 만들어 쓰고 핵선제불사용(No First Use, NFU)을 선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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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사업총화보고에서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NFU를 선언한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기타 핵보유국들은 비핵국가를 상대로 보복을 제외한 핵무기 사용 억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소극적 안전보장(Negative Security Assurance, NSA)만을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북한이 NFU를 선언한 이유는 핵보유국의 지위를 만천하에 공고히 하고 미국에 대한 핵공격은 하지 않을 테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말라는 신정부에 대한 무언의 암시이며, 6자 회담도, 유엔의 제제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적 기만책일 것이다.


그리고 2017년 신년사에서는 “2016년은 우리 당과 조국 력사에 특기할 혁명적 경사의 해, 위대한 전환의 해였다고 자축하며, 2017년에는 군사강국, 경제강국을 더욱 강화하여 민족의 통일지향에 역행하는 내외반통일세력의 도전을 짓부셔 버리겠다고 선언했다. 2가지를 겹쳐보면 남남갈등을 교묘하게 부추기는 전략이다.

둘째, 남한의 안개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결의, 집권여당의 분당과 시작된 대선경쟁, 거기에 맞물린 개헌정국 등 2016년보다 더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정국이다.


헌재의 판결을 두고 매스컴은 최순실 일당과 박 대통령에 대한 끝없는 의심과 의혹을 제기하고, 대통령은 직권남용이 아니라 소신에 의한 통치행위였으며 모든 것은 조작이라고 항변하며 갈 데까지 가보자는 대치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정유라의 거짓말 시리즈와 이화여대의 부정학사행정, 재벌총수들이 연루된 뇌물청탁, 김기춘과 우병우의 법꾸라지 청문회, 이에 분노하는 촛불민심은 특권층의 부정부패, 불안한 미래,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헬조선을 바꿔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셋째, 한반도 주변국의 안개다. 전통 우방국인 미국은 트럼프의 집권으로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에 대한 비판과 북한을 손보겠다는 의지가 한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또한 대만을 때려 중국을 흔들겠다는 미국의 전략과 한국의 사드배치는 중국을 자극하여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튀고 있다.


한국행의 유커들을 동남아로 돌리고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에 대한 세무사찰 및 한류스타들의 출현 배제와 같은 한한령(限韓令) 또는 금한령(禁韓令)등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한국경제에 먹구름을 뿌리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위안부와 소녀상 및 독도 문제로 시끄럽자 잽싸게 트럼프를 예방하는 등 한국의 정치권이 헤매고 통치권이 잠자고 있는 동안 한반도 주변국들은 한국을 왕따시키고 새로운 외교전을 펼치며 자국의 이익에 맞는 새로운 전략틀을 모색하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중국에 찾아가 사드배치를 재고하고 차기 정권에서 논의하겠다는 일부 정치인은 이미 북한의 NFU 전략에 속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데는 제아무리 특검이라 해도 이미 자료가 모두 파기된 상황에서 한정된 시간에 몇 %나 밝혀낼 수 있겠는가? 대통령도, 정치권도, 헌재도 대승적 차원에서 진정으로 조국을 위한 결단을 해야 창피한 병신년을 청산하고 정유년에는 장닭처럼 비상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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