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 하나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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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
  • 정다인
  • 승인 2014.02.2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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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인 논설위원

영화가 제작에 들어갈 때부터 거대기업 삼성을 상대로 한 실화라는 점과 시민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으로 관심을 받았던 작품이다.

제작 두레라는 형식의 투자로 그야말로 십시일반 시민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홍보되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개봉할 즈음에는 개봉관을 제대로 잡지 못해 고전하고 있음을 듣게 되고 또다시 개봉 전 예매, 단체관람 등을 이어가며 개봉관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이 나서주었다.

영화가 잘 되고 못되고를 떠나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참여한 배우를 포함하여 스텝 및 제작팀 그리고 삼성이라는 거대한 공룡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실제 주인공들을 응원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이 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대기업의 CF나 투자를 받기 어려울지도 모르고 취업이나 거래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권력을 넘어서 먹고 사는 문제를 옭아 죄어 국민의 목소리를 집어 삼킬 수 있는 자본주의 논리하의 경제권력이 존재함을 이미 체득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지척에 있는 영화관이 아니라 한 시간을 운전해 일산 주엽으로 갔다. 상영시간도 조조 혹은 점심 시간대…… 상영관뿐만 아니라 상영시간의 배정에서도 무척 불리해 보이는 상황이었다. 정말 작정하지 않고서는 이 영화를 보기 어려운 여건이었다.

결국은 출근을 미루고 조조를 예매했는데 상영시간에 늦어 뒷자리를 찾았다. 몇 좌석 되지 않은 작은 상영관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 뒷줄 빈자리 하나 찾을 수가 없어 결국은 예매했던 앞자리로 가서 앉았다.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며 소리 죽인 흐느낌이 들린다. 엔딩 자막이 끝까지 올라가고 상영관 안에 환히 불이 켜지기 전까지 좌우 자리에 앉은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관람 후 주차장으로 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50~60대로 보이는 여인 몇은 이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거봐, 빨갱이 영화 아니잖아.’ ‘어쩌냐 가여워서.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고 있네.’

영화관과 한 건물에 있는 식당가에서 들리는 “멍게 비빔밥 주세요!” 아마 이 사람도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왔나 보다. 영화에서 멍게는 동물로 태어났다가 편안한 환경에 도달하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후 자신의 뇌를 스스로 녹여 먹은 후 식물이 된다고 한다. 어쩌면 이리도 시의적절한지…… 지금의 나는 대한민국의 멍게가 되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영화에서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한다. 해당 기업의 광고와는 다른 의미지만, 이웃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것이 또한 언제든지 나의 아픔이 될 수도 있다는 시민들의 자각은 영화 속 우스갯소리처럼 대가족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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