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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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전쟁
  • 한북신문
  • 승인 2023.08.09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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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남궁랑 논설위원·경복대학교 명예교수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세계무역 8강에 랭크되는 무역 강국이면서도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무역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굿 뉴스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내역을 살펴보니 자동차 및 프리미엄 가전 수출은 58.3% 증가된 반면 반도체는 28.0%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그 동안 수출의 효자 품목이면서도 한국을 대표했던 반도체가 간신히 적자를 면하는 수준의 결과인 것이다.

반도체는 무역수지를 계산하는 수출 효자상품이거나 4차 산업혁명에 있어 필수물질이기 전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확보해야만 하는 안보산업이자 패권전쟁의 물자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첨단기술 등의 대국은 물론 미국이지만 정치·경제적 상황에 따라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가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 개발의 원조 국가이며 초기인 1970년대에는 인텔 등 역시 미국이 절대 강자였다. 이후 일본이 재빨리 후지쓰 등 반도체 기업에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외국기업에는 기술이전을 요구하여 1980년대에는 일본이 선도하게 되면서 매출액 기준 세계 상위 10개 기업 중 6개 기업이 일본 기업일 정도였으며 미국에게는 ‘제2의 진주만 공습’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고 일본의 엔화 가치를 높이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1985)’ 와 당시 10% 수준이었던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의 점유율을 20%까지 높이자는 다소 굴욕적인 ‘미일 반도체협정(1986)’에 의해 일본의 유수 반도체 기업들이 파산 내지 매각의 길로 들어서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되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에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반도체에 집중하던 삼성그룹에게 도움이 되었고 집중투자로 1992년에는 세계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여 현재까지 반도체 강국의 신화를 이어오고 있으며 이 외에 대만의 TSMC와 중국 등이 세계를 이끄는 상황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과 AI 그리고 국가안보 등과 관련된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재조명이 반도체 전쟁으로 전개되어 가는 상황이다.

우선 미국은 국가안보적 차원에서 핵심기술에 속하는 반도체 기술을 중국에 통제하고 있으며 일본은 1980년대의 반도체 명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고 네덜란드 등 유럽 각국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D램 및 낸드플래시의 한국과 장비와 소재부문이 강한 일본 그리고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6%이상을 점하고 있는 대만과 함께 ‘반도체 칩4동맹’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 들 국가 또한 미국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니 그 동안 반도체를 선도하면서 중국내 수 개의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여 운용중인 한국은 운신하기가 참으로 어려운 진퇴양난에 처한 모습이다. 더구나 최근에 중국은 고성능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몇 년 전부터 야심차게 준비해 왔던 반도체 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반도체에 관한 한 미국은 설계와 장비 측면에서 그리고 일본은 소재 측면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산만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과 대만은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생산 공장이다.

이제 한국은 고민을 해야 한다. 아직까지는 북한 리스크와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할 수 있겠지만 한계에 부딪칠 수 있다. 철저한 분석과 준비로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도 이른바 플라자 합의와 반도체협정으로 꺾였으며 G2 반열에 올라 G1을 넘보고 있는 중국도 어느 측면에서는 견제를 당한다고 봐야 한다.

아마도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는 동시에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 중 어느 한 국가가 독보적인 반도체 선도국가로 나서는 것 역시 미국은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작금의 이 복잡한 상황을 보다 중·장기적이며 국가대항전이라는 관점에서 정치적, 외교적으로 치밀하게 관리해야 하며 수익성이 우선인 기업은 심도 있는 미래 분석과 함께 ‘반도체는 기술이고 좀 더 나아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라는 신념으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반도체는 이제 전자기기가 아니다. 국가안보이고 기술 강국이고 수출 첨병이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세상 모든 이들의 필수품이다. 다행이도 하반기부터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다하니 우리 모두 한국의 대체불가능한 반도체 기술을 응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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