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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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 안동규
  • 승인 2014.12.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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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규 경민대 e-비즈니스경영학과 교수


11월10일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년 반 동안 진행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실질적으로 타결되었다고 선언했다. 1992년 수교 후 22년 만이고, 2005년부터 두 차례의 공동연구와 10여 차례의 공식회의를 거쳐서 9년 만에 협상을 마무리한 셈이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그리고 LG전자와 같이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 현지에 체계적인 생산시설을 갖춘 대기업들은 한중 FTA로 인한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중소·중견기업들에 한중 FTA로 인한 관세 철폐는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한중 FTA에 대한 국내 무역업체들의 전망은 크게 도움 될 것이라는 답변이 69.8%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중에서도 중국 수출 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했던 곳들은 한중 FTA를 계기로 현지 마케팅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우 중국에서 판매 중인 냉장고와 세탁기를 광주공장에서 생산한다.

현재는 10∼1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지만 협정이 발효되면 관세가 10년 내에 모두 철폐될 예정이다. 동부대우전자는 관세 철폐에 따른 가격 경쟁력을 중국 시장 마케팅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한중 FTA에 대해서는 두 가지 엇갈린 시각이 있다. 하나는 이 FTA는 예외가 많고 실행에 20년이 걸리는 약한 FTA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의 시각은 중국이 지금까지 맺은 FTA 중에서는 가장 강한 것이고, 안보나 외교적인 시사점이 큰 중요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번 한중 FTA는 인구 13억 명, 연간 5000조 원에 달하는 거대 중국 시장의 빗장이 열렸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반대로 알짜배기 품목이 제외된 낮은 단계의 FTA라고 폄하되기도 했다.

일부 기업은 정부가 공개하는 한중 FTA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며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양허안에 따르면 냉장고, 세탁기, 화장품 등은 발효 후 10년 내에 관세가 사라진다. 면직물, 안전유리 등은 현행 관세율에서 일부 낮아진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관세가 줄어드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의류의 경우 원산지 분류 규정을 놓고 상반된 정보가 흘러나와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애초 해외에서 원단을 들여와 국내에서 재봉해 수출하는 제품은 한국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뒤늦게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실과 원단을 수입해 생산하는 의류기업도 관세 인하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협상 내용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성과 있는 부분만 조금씩 내보여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월10일 중국과 FTA 협상을 타결한 정부는 이튿날인 11월11일 공산품 양허 내용 일부를 추가로 공개했다. 이어 12일에는 원산지 기준 협상 결과 일부를, 13일에는 수출 유망품 개방 내용을 각각 소개했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중요한 교역 상대국이고 또한 두 경제는 제조업 가치사슬에서도 상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한중 FTA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여러 가지 모순되는 점이 많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의 전략적인 접근과 합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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