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물건을 들고 싸우는 건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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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물건을 들고 싸우는 건 금물
  • 임현일
  • 승인 2014.08.0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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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일 변호사



법률상담을 하다가 자주 안타깝다는 느낌을 받는 테마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술김에 술병이나 마시던 유리컵 등을 들고 싸웠는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줄여서 폭처법이라고 합니다)이 적용되어 형사처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의 폭행이나 상해로 처벌을 받게 되면 일반 형법상의 폭행이나 상해와는 달리 벌금형을 받지 못하고 최소한 집행유예 이상이어서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에서는 흉기 또는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폭행을 한 경우에는 징역 1년 이상의 유기징역, 상해를 한 경우에는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면 형법에 의하면 폭행의 경우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상해의 경우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똑같은 폭행이나 상해를 하였는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느냐, 일반 형법이 적용되느냐는 바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했는지의 여부에 달렸습니다.

대법원은 위험한 물건으로 빈 맥주병, 맥주잔, 드라이버, 쪽가위, 마요네즈 병 등을 들고 있고, 자동차를 이용해 행위를 한 경우에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과 일반 형법이 적용되어 발생하는 가장 큰 차이는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폭행이나 상해는 거의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벌금형 선고가 불가능합니다. 집행유예가 아니면 징역만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벌금형보다 집행유예나 징역이 더 무거운 형이라는 것 외에 대부분의 법령(국가공무원법 등)에서 자격의 결격사유로서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은 때를 규정하고 있어, 집행유예 이상의 판결을 선고 받을 경우 자격 박탈의 문제가 생기고 교도소에서 복역 한 후 3년 이내 사이의 범죄이거나 집행유예 기간 중의 범죄일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선고 받지 못하고 실형(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며 이전에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 받아 집행유예 기간에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집행유예가 실효되어 집행이 유예되었던 이전 범죄의 징역형을 집행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기고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경우, 집행유예 실효를 염려해 집행유예 기간 동안 아무래도 사회활동(운전 등)에 소극적이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적용 받으면, 당사자에게는 큰 불이익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합리가 있는 점이 고려되어 그 동안 수차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중 위 쟁점과 관련 있는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이 있었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났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은 현재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최근에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위험한 물건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지나치게 높은 형량으로 인해 법관의 양형 재량권을 침해한다라면서 헌법재판소에 위 법률 중 해당부분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한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아직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요약을 하면 간단합니다. 현행법 하에서는 같은 폭행, 상해이더라도, 맨손으로 하는 것과 뭔가를 들고 하는 것은 그 처벌에 있어서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글 제목에 화가 나더라도 위험한 물건을 들고 싸우면 안 된다고 한 것입니다. 이렇게 말씀 드리는 것이 다소 어폐가 있기는 하지만, 일단 화를 참고 싸우지 말아야 하겠고, 만약 싸우더라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맨손으로 싸워야 합니다.

법률상담을 하다가 자주 듣게 되는, 홧김에 술잔을 들고 싸웠더니 집행유예나 실형을 받게 됐고, 그로 인해 너무나 괴롭다는 사연들을 접하고, 미리 예방차원에서 간단한 법률 상식을 말씀 드려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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