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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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북신문
  • 승인 2024.06.1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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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영국은 내각책임제 국가이다. 즉 다수의 의원을 당선시킨 정당이 내각을 조직하고 국정을 운영한다.

따라서 정책의 핵심은 의회에서 다루어지고 의회의 결정에 따라 집행된다. 이는 다수당이 낸 정책은 결국 의회에서 결의되고 집행되게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수당인 야당은 다수당 내각이 낸 정책안들에 대하여 그 문제점을 짚어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의회의 토론을 통해 진행된다.

영국 하원은 여야가 마주보고 앉게 되어 있는데 의원 정수는 643명이지만 좌석 수는 476석에 불과하여 170명 정도는 서있어야 한다. 여야의 발언자가 발언하는 중간, 중간 의원들은 발언자에 대하여 야유와 조롱을 퍼부어 대며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

그래서 의회를 ‘말하는 곳(Parliament assembled)’이라고 부르며 의원들은 가능한 우아하게 유머를 곁들인 그리고 격식을 갖춘 말로 발언하려고 노력한다지만 서로의 입장차가 뚜렷할수록 의회는 시끄러워 질 수 밖에 없고 인신공격을 넘어 민감한 사안에 대하여는 서로 격하게 충돌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를 막는 장치가 여럿 있는데 우선은 좌석 배치이다. 여야의 좌석은 상대방 의원들의 좌석을 마주보며 3m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데 이 거리는 상대당 의원을 향해 칼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 거리로 의원 상호간 몸싸움을 막는 장치이다. 토론 중에는 의원 누구도 이 3m선을 넘을 수 없으며 만약 이를 넘으면 자신의 당적을 상대당으로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장치는 의장이다. 의장석은 여야 의원의 마주보는 좌석 가운데에 배치되어 있다. 발언이 시작되고 회의장이 시끄러워져 발언자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란해지면 의장은 자리에서 일어선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고 자제하라는 의미이다.

의장이 일어섰는데도 계속 큰 소리로 떠들면 의장이 큰 소리로 “질서(Order)!”라고 외친다. 그래도 소란이 계속되면 가장 시끄러운 의원의 이름을 부르며 한 번 더 “질서(Order)!”라고 외친다. 그래도 자제가 안 되면 의장은 그 의원을 즉각 퇴장시킨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하고 질서를 지키는 것이 입법기관의 본질이요 품위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회법은 「국회의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국회의장은 위원회에 출석하여 발언할 수 있지만 표결에는 참가할 수 없다(「국회법」 제11조). 그러나 본 회의의 의결에는 참가할 수 있다. 단 의장이 본회의의 토론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하며 그 안건에 대한 표결이 끝날 때까지 의장석에 돌아갈 수 없다(「국회법」 제107조).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당선된 다음날부터 당적을 가질 수 없다(「국회법」 제20조)

이 모두가 의장의 철저한 정치적 중립과 질서 있고 조화로운 의사진행을 위해 국회 스스로가 만든 법들이다.

총선이 끝나고 다수 의원 수를 확보한 정당이 차기 국회의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정황을 보며 아직도 우리나라의 국회, 우리나라의 정당, 우리나라의 정치는 갈 길이 멀어도 참 너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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