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장 인사의 친일여부를 놓고 해방 후 처음으로 지난 8월 광복절에 경축식이 두 쪽으로 갈라져 치루어 졌는가 하면 추석명절 이후에는 동일 사안에 대해 거대 야당의 3번째 특검 발의가 여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당도 똑같이 3번째 거부권 행사를 주문하고 있는 ‘바보들의 행진’이 다시 시작되는 상황이다.
공중파 방송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쌍욕이 몇 년부터 TV 드라마에 아무 거림낌 없이 방송되는가 하면 국회 청문회에서는 ‘뇌 구조’ 고장, ‘10대 총독’ 등 모독성 발언에 대해 한편에서는 똑같이 맞받아치는 모습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신물 나게 만든다.
최근 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정도(49.2%)가 장기적 울분상태에 놓여 있으며 특히 30대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울분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갈등인식보고서에서는 한국사회의 전반적 공정성에 65.1%가 부정적이고 청년세대 내 갈등 심각성에 대해서도 58.1%가 동의하고 있는데 그 주요요인으로는 낮은 공정세계 신념을 꼽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버리기의 기술’ 저자인 마크 맨슨(M. Manson)은 영상대담에서 그 근본이유를 북한과의 대결상황에 따른 필연이라고 했지만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한국사회에서 끈끈했던 공동체 연대는 사라지고 갑자기 부자가 되면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져 한국인의 우울감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학생 개인의 내적 잠재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 지역에 따라 속칭 명문대에 많이 가고 고퀄리티 직장으로 이어져 그나마 길지 않았던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마저 끝나가는 것은 아닌지 투잡·쓰리잡으로 밤낮없이 뛰고 먹고 마실 것 아껴가며 평생 모아도 아파트 한 채 구입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다보니 절망이 울분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사회에서 ‘우울, 분노, 울분’이라는 단어를 ‘명랑, 희열, 긍정적 흥분’으로 바꿀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경쟁이 불가피하다면 처음부터 공정한 경쟁과 함께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있는 계층이동도 원활하도록 사회구조가 이루어져야 하며 공정성 회복을 위한 사회통합 방안에 대해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한다.
울분의 토로는 또 다른 울분을 낳는다. 이 울분이 공정한 분노가 되어 누구든 떳떳하고 자기 신념 속에 살 수 있는 보통사회가 될 때 우리는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