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라는 말 혹시 들어보았는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말이다. 안되면 될 때까지 시도하라는 격언이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될 때까지 대쉬하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옛말이고 실제로 이성이 수차례 거부함에도 지속적으로 들이대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될 수 있다. 아니 다만 사랑에 진심이었을 뿐인데 스토커라니 너무한 것 아닌가? 그럼 스토킹처벌법에서 규정하는 스토킹 행위가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는 ‘스토킹행위’와 ‘스토킹범죄’를 구분하고 있다. 그 중에서 스토킹행위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어떠한 행위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는 7가지 종류의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상대방을 찾아가는 행위, 상대방이 일반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에게 물건을 주는 행위 등이다. 그리고 ‘스토킹범죄’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만약 대한민국의 건실한 청년이 한 여성을 짝사랑하는 상황을 한 번 가정해보자. 청년은 여성이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것에 오기가 생겨 열 번 나무를 찍기로 결심하였다. 자신의 아버지 역시 어머니에게 수차례 대시를 했다고 하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 역시 열 번 나무를 찍은 결과 사랑을 쟁취했다고 하니 나도 가능해보인다.
그렇게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하니 안타깝게도 거절이다. 하지만 열 번 나무를 찍기로 결심한 청년을 막을 수는 없는 법. 선물 공세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기로 한다. 퇴근길에 그녀의 집 앞에 기다리는 것은 덤이다. 그 청년은 어떻게 되었을까? 과연 사랑을 쟁취하였을까?
안타깝게도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이상 거부감, 공포심을 느낀 여성은 경찰에 청년을 신고할 가능성이 높고 청년은 수차례 스토킹행위를 한 결과 스토킹범죄사실이 인정될 확률이 높다. 이에 더하여 청년은 일정 기간 동안 여성 및 그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말고 연락도 하지 말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을 확률이 높다. 만약 금전적 보상이 수반된 사과가 없다면 그 청년은 전과자가 될 확률이 큰 것이다.
스토킹처벌법이 2021년에 제정되었으니 그 전까지는 청년의 구애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뀐 것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는 “세상에 낭만이 없어졌다”고 한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때의 그 낭만이 누군가의 공포심, 거부감 위에 세워진 것이라면 과연 ‘낭만’이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쓸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