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은 개혁(改革)을 ‘급진적이거나 본질적인 변화가 아닌, 사회의 특정한 면의 점층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고 고쳐나가는 사회 운동의 하나이다. 개혁 운동은 혁명과 같은 더 급진적인 사회 운동과는 구별한다.’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이 단어를 구성하는 주체어인 ‘혁(革)’은 ‘가죽’인데 동물은 계절이 바뀌면 자신의 털을 가는 습성이 있어서 끌어 쓴 개념이다.
즉 계절이 바뀌어 겨울이 되면 온 산과 숲이 눈에 덮게 되니 이전처럼 선명한 색과 무늬를 그대로 유지하면 사냥에 불리해지기에 보다 밝은 색 털로 갈게 되고 여름이 되어갈 때면 숲이 울창해지고 초록빛이 짙어지니 눈에 띄는 밝은 색보다는 짙은 색과 뚜렷한 무늬로 다시 털을 가는 것처럼 ‘가죽’ 즉 본체가 아닌 현상을 바꾸는 데서 응용한 말이다.
역사는 성공한 국가개혁의 예로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여성 참정 운동 ▲의회 개혁, 미국의 ▲교육 개혁 ▲여성 권리 운동 ▲미국 노동 운동 ▲아동 노동 개혁, 멕시코의 ▲라레포르마 등을 든다.
우리 민족은 문화에 대한 보수성이 강하고 개혁에 대한 저항 역시 기득권 계층을 중심으로 대단히 강고한 경향이 있어 개혁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고 그 성과 역시 부분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조선왕조는 이미 고구려 시기부터 서옥제(壻屋制)로 확립된 처가혼(妻家婚)을 성리학적 가치에 맞춰 신랑이 육례를 갖춰 신부를 맞이하는 친영(親迎)으로 바꾸려 갖은 애를 썼지만 이는 양난 이후에야 비로소 사회가치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한다.
신분 해방 역시 19세기에 와서야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게 되고 공사 노비가 모두 해방되고 나서도 백정은 일제강점기의 치열한 형평운동을 거치고서야 그나마 표면적인 성과를 거두게 된다.
세계에 유례없는 공업화에 성공하고서도 국민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농자천하지대본’의 옛 가치가 상존하여 있고 세계에 드문 민주화가 이루어지고도 여전히 “너, 몇 살이야?” 식의 고루한 장유유서 의식이 관계정리에 적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개혁, 연금개혁, 의료개혁을 중점과제로 내세운 정부의 노력은 전 방위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의료개혁은 그 절박한 국민적 요구에도 기득권 의료귀족의 ‘효과적’인 투쟁으로 다시 좌절 국면으로 들어서는 듯싶다.
지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저지에 성공한 의사들이 자축하며 제작한 수건에 새겼다는 ‘헌법 위에 전공의법이 있다’라는 구절이 새삼 눈에 거슬린다.
그렇다! 대한민국에서는 “아프면 죄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