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당(Tory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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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당(Tory Party)
  • 한북신문
  • 승인 2024.04.16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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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1642년 영국은 청교도혁명(English Civil War)으로 국왕 챨스 1세를 처형하고 크롬웰이 주도하는 공화정을 수립하지만 지나친 종교 우선 정책에 반동이 일어나 다시 왕정이 복고되고 추방되었던 챨스 2세가 국왕으로 즉위한다.

그러나 챨스 2세에게는 아들이 없었기에 왕위는 그의 동생 요크 공작 제임스에게 계승되었는데 새 국왕 제임스가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 신자가 아닌 천주교도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에 카톨릭 신자 제임스의 왕위 계승을 놓고 의회 의원들 사이에 치열한 찬반 투쟁이 일어나면서 제임스의 왕위계승을 인정하는 의원들을 반대하는 측에서 ‘토리(Tory)’라고 매도하는데 이는 ‘도둑놈들’이라는 뜻의 식민지 아일랜드어였다.

그러자 ‘토리(Tory)’들도 제임스의 왕위계승을 반대하는 의원들을 ‘휘그(Whig)’라고 불렀는데 이 역시 속국인 스코틀랜드어로 ‘역적 놈들’이라는 뜻이었다.

스튜어트 왕가가 종식되고 새로이 ‘하노버 왕가’가 시작되면서 영국의회는 ‘도둑놈들’과 ‘역적놈들’이 각각 지주와 상인을 대변하는 ‘정당’으로 발전하여 1762년 토리당(Tory Party)은 처음으로 존 스튜어트를 총리로 배출하였고 1832년에는 그때까지 사용하던 토리당 대신 ‘보수당(保守黨)이라는 명칭을 그리고 휘그당(Whig Party) 역시 ‘자유당(自由黨)’이라는 당명을 각각 채택하며 정권을 교대하여 집권하는 의회민주주의의 물줄기를 이어가게 된다.

이후 시민의 정치권력이 더욱 확장하면서 ‘자유’보다는 ‘권리’가 더 중요한 정치쟁점으로 등장하면서 지금은 ‘자유당’ 대신 사회주의적 가치 실현을 전면에 내세운 ‘노동당(勞動黨)’이 기존의 ‘보수당’과 양당체제를 이루고 있지만 비록 소수당으로 전락하였어도 ‘자유당’의 당론은 아직도 영국 의회 정치의 중요한 가치로 남아있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세계제국’을 건설하였던 빅토리아 여왕 시절, 보수당을 이끈 걸출한 지도자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와 평생을 그와 맞섰던 자유당의 지도자 윌리엄 글래드스턴(Rt Hon. William Ewart Gladstone)의 다툼과 협력은 영국 의회민주주의가 거둔 눈부신 성과로 두 사람의 정정당당한 정책대립은 정당정치가 가져야 할 본질을 긍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보수당’은 디즈레일리에 이어 애서 밸퓨어, 윈스턴 처칠, 마가렛 대처 등 명 재상들을 연이어 배출하며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안정되고 가장 성공적인 우파 정당으로 존재하고 있다.

4월10일 대한민국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는 46석의 비례대표를 선출하는데 무려 38개의 정당과 그들이 공천한 247명의 후보자가 출마하였다.

38개의 정당 모두를 투표지에 표시하고 보니 투표용지의 길이만 56Cm에 달하는 참으로 기괴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장담컨대 대한민국의 유권자 그 누구도 비례의원 선출에 도전한 38개 정당의 정체성과 비전은커녕 그 정당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투표하였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정당의 정강을 비교하기는커녕 도대체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의 이름조차 모르고 뽑은 그 의원들이 과연 적절한 국민의 대표라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언제면 우리는 토리나 휘그라는 명칭조차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신념을 수백 년을 이어가는 그런 명품 정당을 가져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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