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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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에 대한 단상
  • 한북신문
  • 승인 2021.1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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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일 논설위원
논설위원 권영일 교수.
논설위원 권영일 교수.

미국에 사는 조카가 한국을 방문하여 필자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조카가 우리 집을 방문하면서 첫 번째 던진 한마디는 ‘베리 나이스’이다.

필자도 조카가 사는 LA 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 조카는 나름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고 중산층 정도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을 보고 ‘베리 나이스’라고 한 것을 보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사는 집을 두고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그냥 평범한 중산층의 집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집을 대한민국의 현재적 시각으로 ‘베리 나이스’하게 만들려면 어림잡아 5~6억 이상의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스스로를 대한민국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도 비슷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지만 필자를 포함해 이들 역시 ‘베리 나이스’하게 보이려는 욕망과 유혹에 자유롭지 않다. 이 욕구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아주 손쉽게 해 버린다. 그리고 한 수 더 떠 주위 사람들에게도 은근히 혹은 압박하면서 ‘베리 나이스’하게 보이라고 부채질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주택소유자 중 1건 소유자 비율은 84.1%이고 2건 이상소유자는 15.9%로 발표되었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주택을 1건 소유한 사람들한테는 집을 유지하기 위해 내는 각종 세금과 유지비용 그리고 좀더 나은 곳으로 이사하기 위한 비용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는다.

물론 거꾸로 주택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이동하게 되면 반대 상황도 가능하겠지만 이런 선택은 아주 극소수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주택가격 상승은 무주택자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이 엄청난 부담을 넘어 절망적인 상황이 된다. 서울의 경우 분양원가의 3~4배씩 치솟는 집값 상승은 요즘 표현으로 미쳤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 도대체 누가 집값을 이렇게 올리는가? 정부정책인가, 아파트건설사인가? 다주택자인가? 아님 한 채를 겨우 장만하고 ‘베리 나이스’하게 보이고 싶은 우리들의 속성인가? 정부와 정치권, 다주택자 탓만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와 욕망이 얽혀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의 의혹도 이러한 이해관계와 욕망이 얽힌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제는 우리가 좀 차분해지기를 희망해 본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환경과 기후변화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베리 나이스’하게 보이려는 것은 지속가능한 삶과 배치될 수밖에 없다.

또한 10여 년 전의 똥값아파트 예측이 앞으로 현실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21대 대선이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실용적이고 검소하고 지속가능한 삶의 목표가 대선 이슈가 되기를 부질없이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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