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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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행복한 노년의 삶에 대하여…
  • 한북신문
  • 승인 2021.10.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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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선 신한대학교 교수·사회과학대학 학장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 중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향후 5년 뒤 2026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명중 한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으로 구성되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중국의 고전인 <예기(禮記)>에는 50세를 애(艾), 60세를 기(耆), 70세를 노(老), 80∼90세를 ‘모’라고 했는데, 두발(頭髮)의 변화 상태에 따라 ‘노’의 단계를 구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회갑의 시기를 일반적으로 ‘노’에 들어서는 단계로 생각해 왔다. 교과서적으로 노인문제는 이른바 ‘노인의 사고(四苦)’라 하여, 첫째, 노인의 경제적 빈곤, 둘째, 노인의 질병, 셋째, 노인의 무위(無爲), 넷째 노인의 고독 등을 들고 있다.

1934년생 어머님과 함께 지낸지 7년이 지나고 있다. 어머님과 합의하여 의정부로 모셔와 함께 지내는 가운데 노년의 삶에 대해서 보다 자주 생각하게 된다.

어머님과 생활하면서 ‘노인의 사고(四苦)’중 세 가지를 실감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노인의 질병이다. 가장 오랜 기간 불편해 하신 것은 ‘틀니’다. 부분 틀니를 점차 전체 틀니로 전환하면서 치과를 자주 다니시는 가운데 지금도 만족스러워 하시지 않는다. 요즘엔 “이 좋을 때 잘 먹어라”가 팔남매 자녀와 자주 나누시는 대화이다.

이에서 시작되어 최근에는 발톱무좀을 뽑고 처치하는 과정 속에서 정형외과를 이틀에 한번 씩 다니셨는데 이 과정 속에서 수십 번 “죽어야지”를 반복하셨다. 어머님과 식사를 마치면 잠시 곁에 앉아 있다가 볼일을 보는데 무릎, 어깨, 손가락 마디가 아프다고 하신다. 아들의 위로와 관심이 필요한 것이다.

두 번째로는 노인의 무위(無爲)이다. 2014년 도시생활을 처음 하시면서 아파트단지 내 경로당에 한번 가신 적이 있다. 입구에서 경로당 안을 잠간 쳐다보시더니 집에 가자고 하신다. 수다 떠는 할머니들 보기 싫다고 하신다. 그 이후로는 오직 아들을 위해 세끼 밥상 차리는 일에 몰두하신다. 아침밥상 물리면 잠시 후 점심을 준비하신다. “오늘 점심에 오냐?” 이렇게 질문하시다가 몇 번 점심에 못 왔더니 “오늘 점심에도 안 오냐?”로 바뀌셨다. 사회생활도 중요하지만 어머님의 바람을 위해 가능한 식사는 집에서 하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는 고독이다. 가끔 아침 식사 후 “점심에 약속이 있어요”라고 말씀드리면 “혼자 밥 먹어야겠네”라고 응수하신다. 저녁에 “일이 생겨 못가니 먼저 드세요” 그러면 “기다리겠다”고 하신다. “더 늦어서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해요”라고 답을 하면 “혼자 40년(실제는 37년) 살았는데 혼자 있다가 죽겠다”라고 말씀하신다.

우리 어머님과 같이 세 가지 고통은 노년기 모든 노인에게 공통적인 현상일 것이다. 여기에다 경제적 빈곤까지 더해지면 참으로 힘겨운 노년이 될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생로병사의 통과의례가 가정의 책임으로만 여겨왔으나 이제는 사회와 국가가 함께 감당할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나가는 것은 선진국에 막 진입한 대한민국의 궁극적인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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