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잊은 채 모르고 있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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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잊은 채 모르고 있는 날
  • 한북신문
  • 승인 2021.09.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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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덕 논설주간·양주역사문화대학 교수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세계 역사유적 1001’에 선정된 ‘마사다’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명으로 시작한다.

○… 사해가 내려다보이는 높은 고원에 위치하고 있는 마사다는 기원전 37년 유대의 헤롯 대왕이 지은 요새화된 궁전이다. 헤롯이 죽은 이후 로마 주둔군이 마사다를 차지했으나 이곳은 로마 통치에 대항하여 반란을 일으키고 66년에 예루살렘에서 도망쳐 온 유태인 열심당원(‘시카리’)의 피난처가 되었다. <마사다(Masada)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리처드 카벤디쉬, 코이치로 마츠무라, 김희진)

이 유적은 아찔할 정도의 직각 암벽 위에 건설되었고 1000여 명의 유대 저항군이 가족을 동반하여 로마군의 공격에 대비하여 집결해 있었다.

3년에 걸치는 끈질긴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로마군은 유대 포로를 동원하여 요새로 올라가는 비스듬한 경사로를 쌓아올렸고 요새는 함락의 위기에 몰린다. 로마군의 총 공격을 앞둔 마지막 밤, 마사다 요새의 유대 저항군은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들은 먼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자신의 가족, 아녀자와 어린 아이들을 죽인 후 다시 모여 10명씩 조를 짠 후 제비 뽑아 뽑힌 1명이 나머지 9명을 칼로 찔러 죽이고 나면 그 열 명이 다시 또 10명씩 조를 편성하여 제비 뽑아 나머지를 죽인 후 최후의 1인이 자결하는 방식으로 전원 자살의 의식을 치렀다. 다음날 아침 요새로 진입한 로마군은 피범벅이 되어 누워 있는 936구의 시체와 만나게 된다. 로마의 포로가 되어 노예로 사느니 당당한 자유인으로 죽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다시는 이 땅에 마사다가 없게 하라!” 이스라엘의 군인이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면 이 마사다 언덕에 올라 그렇게 충성을 맹세한다. 이 맹세가 바로 2000년을 국제 천민으로 세계를 떠돌다 마침내 조상의 땅에 다시 나라를 세우고 불과 300만의 인구로 1억명의 아랍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는 이스라엘의 힘의 근원이다.

우리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외세의 참혹한 통치를 받았다. 광복 75주년이 되는 지금 우리는 무엇이 나라를 망하게 하였고 그 강제 점령을 통하여 무엇을 얼마나 수탈당하였으며 누구의 어떤 노력으로 어떻게 다시 나라를 되찾았는가? 그 실체와 실상을 냉철하고 명확하게 검증하여 사실을 확인하고 반성하고 현재에 적용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백년도 더 지난 사건의 책임을 그 시대를 살지도 않은 매국노의 후손들에게 적용하여 연좌하고 정죄하는 일도, 광복에 헌신한 애국자들이 목숨 걸고 추구한 대의와 공훈에 충분하고 합당한 예우를 다하지 못하는 부끄러움도 이제는 모두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극일을 향해 전진할 수 있다.

오늘(8월29일)은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 병합된 국치일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날도, 이 날에 일어난 사건도, 그 사건의 진정한 의미도 도무지 알지도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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