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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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할 것인가?
  • 한북신문
  • 승인 2021.06.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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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

 

남편의 외도 때문에 산부인과에 찾아오는 여성들이 많다. 외도는 불법이고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실제로 많이 벌어지는 일이다.

예전에는 간통죄로 남편과 상간녀를 감옥에 보낼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에서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그렇다면 남편이 외도했을 때 여자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무척 어려운 문제이다. 변호사, 성의학자, 비뇨기과, 산부인과, 정신과, 심리학자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연구를 하지만 해결책이 쉽지 않다.

법적으로 종교적으로 문화적으로 바라보면 배우자의 외도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지만 경제력이 없고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는 여자 입장에서 남편과 이혼하는 것만이 최선의 선택일까? 남편은 이혼할 생각이 없고, 아직도 부인을 사랑하고 있고, 한 순간의 바람이었다면, 가정을 깨고 이혼하는 것만이 정답일까?

남편의 외도 때문에 변호사, 정신과 의사, 점보는 사람, 굿하는 사람, 심리 상담을 받고 이혼을 할까, 자살을 할까 고민하면서 우울증약과 불면증 약을 먹고 있는 중인데,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서 산부인과에 찾아오는 여성들이 있다. 그녀가 나에게 찾아온 이유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거나 자식을 위해서 자신의 결혼을 깨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에 문제가 생겨서 어떤 판단을 할 때 성을 어떤 식으로 보는 지가 중요하다. 이럴 때 성을 개인의 행복 측면에서 바라보자. 그녀가 오랫동안 남편과 섹스리스였고 남편에게 성관계를 습관적으로 거절했는데 그녀의 남편이 성욕을 못 참아서 잠깐 바람을 피운 것이고 그녀가 최근에 자신의 성교통이나 질건조증과 성욕을 해결하고서 성관계가 가능해졌고 남편이 부인과의 성관계를 다시 회복하고 싶다면 남편이 외도했기 때문에 반드시 남편을 용서하지 못 하고 이혼해야 할까? 다시 두 사람의 관계는 회복이 불가능한 것일까?

성을 ‘더럽다/깨끗하다, 의리를 저버렸다/아니다, 배신했다/아니다, 사랑한다/안 한다’ 의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절대로 배우자를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의 섹스는 이렇게 이분법만으로 생각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즉 대부분의 남자는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섹스를 욕망으로 생각한다. 적어도 남자들은 외도를 할 때 충동적인 결정과 행동을 한다.

그런데 여자의 외도에는 다른 기준으로 남자들이 잣대를 잰다. 즉 부인의 외도는 용서하지 못 한다. 부인이 외도하면 더럽다, 의리를 저버렸다, 배신했다,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혼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위사람들이 남편의 외도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거들어서 얼떨결에 이혼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여자들을 많이 봤다.

그래서 성에 대해서 자신이 책임질 철학이나 원칙이 있어야지, 그런 철학이 없으면 어떤 판단과 행동을 하고 마음은 후련하지만 평생 살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에 대해서 유교적인 문화의 영향을 아직도 많이 받고 있는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시대에 안 맞는 판단을 하고서 뒤늦게 괴로워하는 여성들을 많이 봤다. 이럴 때는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눈보다는,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결정을 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

어려서는 성에 대해서 다른 사람의 눈을 많이 의식해서 판단하지만, 나이가 들었을 경우 다른 사람의 눈보다는 자신의 행복차원에서 성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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